[앵글속 세상] 입에 쏠린 눈… ‘선량’ 가려낼까

입력 2012-04-08 20:07


“언제 내가 이 나라 주인이었지? 그동안 주인 대접 받아본 적이 있던가? 주인 아니래도 좋으니 먹고 살 수 있게나 해 주었으면.”

“뭐? 주민들을 열심히 섬기겠다고? 당선되고 나서 거들먹거리기나 하지 말라지.”

“저런 소리 나오면 선거철이구나 하지. 뽑히기만 해봐. 얼굴 한번 보려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걸.”

유세현장을 취재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후보들은 환한 얼굴로 인사하지만 유권자들은 본체만체하거나 아예 외면한다.

불법, 탈법, 막말, 비방, 꼼수…. 이런 말들을 귀가 따갑도록 듣다 보니 어느 후보건 마뜩잖은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여야의 상대 헐뜯기도 더 격해졌다. 약점 들추기에 바빠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다. 비방 내용이 사실이라면 여건 야건 뽑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도대체 누가 옳고 그른지 유권자들을 헷갈린다. 이런 선거에 주인이랍시고 참여하는 게 옳은 건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선거 판이 혼탁하지만 유세장 한켠에선 희망도 발견된다. “우리가 지금 행사하는 투표가 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지. 훌륭한 지도자,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할아버지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선거유인물을 꼼꼼히 살펴본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차선이라도 선택하려는 유권자들이 있는 한 우리 정치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다음 선거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세장에 데리고 가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히 비교 설명해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사진·글=김민회 기자 kimm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