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청장, 사과문 발표 배경… 조현오 “잇단 부정부패 비리… 국민께 죄송”
입력 2012-04-06 19:06
조현오 경찰청장이 룸살롱 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현직 경찰 4명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최근 경찰 비리가 잇따르는 데 대해 6일 공식 사과했다.
조 청장은 사과문에서 “최근 불미스런 사건들로 국민에게 실망을 드려 면목 없고 송구할 따름”이라며 “경찰의 부패비리를 완전히 도려내 국민적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다. 또 “룸살롱 업자와 관련된 부패비리는 그동안 비리 척결을 위해 쏟아온 전체 경찰의 의지와 노력을 무력화시킨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전제한 뒤 “2010년 경찰의 수사여건상 부패 연루자를 발본색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 청장의 사과문 발표는 경찰을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 룸살롱 업자에게 검은 돈을 받은 경찰관의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엽기적 토막살인 사건 늑장대처까지 겹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 청장은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이라는 위기감 속에 스스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부패비리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경찰 내 비위사범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차례 부정부패근절 TF를 가동했던 경찰이 또다시 같은 일을 하는 TF를 출범시킨 것 자체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복되는 경찰비리를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TF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룸살롱 업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TF 팀장을 맡은 이인선 경찰청 경무국장은 “일반 감찰에서 확인 안 되는 것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의심하거나 들여다보려는 것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구성 전이라 그런 것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준비 없이 TF가 구성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0년 경찰이 벌였던 감찰에 대한 입장도 어정쩡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룸살롱 업자 이씨가 돈을 건넨 경찰관 이름을 순순히 대지 않고 입을 닫아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뇌물사건은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짧은 구속기간에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경찰은 거짓말탐지기도 사용하지 않는 등 소극적 감찰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쏟아지는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던 경찰이 검찰수사에서 새로운 비리가 쏟아져 나오자 뒤늦게 내부비리를 찾겠다고 나선 격이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