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화내용·수색인원·범위 등 은폐에만 급급

입력 2012-04-06 23:48


지난 1일 발생한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경찰이 좀 더 적극적인 수사로 임했다면 피해여성 A씨(28)가 숨지지 않았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계속해 A씨의 죽음에 대해 “애석하게 숨졌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지만 여기저기에서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 부품회사에 다니던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10시까지 회사인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회사에서 같은 방향의 친구인 B씨와 같이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친구 B씨는 A씨보다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A씨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도중 조선족 우모(42)씨에게 납치당했다.

우씨는 경찰에서 “집 바로 앞길에서 우연히 A씨와 어깨를 부딪쳤는데 A씨가 욕설을 퍼붓고 해 술 먹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흥분했고 A씨 입을 막은 채 10m 앞 내 원룸으로 데려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은폐에 급급했다. 이번 사건 담당 경찰간부는 당초 “A씨가 15~20초가량 신고한 내용이 녹취됐다”고 했으나 지난 5일 경찰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80초 이상이었다. 80초 이후에도 4분여간이나 계속해 A씨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었다.

112신고 후 경찰 현장출동 인원도 현장에 10분 간격으로 35명이 출동했다고 했지만 처음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은 형사당직팀 7명과 순찰차 2대 4명이었다. 나머지 인원 40명이 순차적으로 이날 새벽 6시50분까지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은 A씨가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신고했을 뿐 성폭행자가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으나 확인결과 “어떤 아저씨다”라고 인물을 지칭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범위도 석연치 않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현장 새마을금고 인근 300m 반경에 대한 수색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탐문지역은 지동초등학교와 못골놀이터 부근 60m거리의 빈집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곳 주민들은 탐문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유족들은 경찰의 탐문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군산에 있던 아버지 등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경찰의 말에 급히 A씨가 거주하는 수원의 집(언니 집에서 생활)으로 왔고, 적극적인 탐문수사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12지령센터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좀 더 신중하고 침착하게 피해자 A씨를 유도했더라면 위치파악이 빨리 돼 A씨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