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자살 약사, 그리스人 상징으로… 긴축재정 반감 커져

입력 2012-04-06 18:59

그리스 의회 앞에서 권총 자살한 한 노인이 긴축 재정안에 고통 받는 그리스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사 출신 연금수령자인 그의 죽음이 다음달로 예정된 그리스 총선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수도 아테네 중심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이 알려진 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추모소를 세우고 꽃과 메모를 남기고 있다. 5일에는 학생·교사·좌파진영 운동가 등 수백 명의 성난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고, 경찰과 물리적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리스인은 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강요된 죽음’이라고 여기고 있다. 현지 유력 일간지인 엘레프테로스 티포스는 그를 ‘그리스의 순교자’로 표현했다. 많은 이들이 그가 그리스의 모하메드 부아지지라고 말했다. 부아지지는 튀니지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청년으로 정부의 단속에 손수레를 빼앗긴 것에 항의하며 분신,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그리스인은 그의 죽음을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에 의해 강요된 긴축정책의 결과로 돌리면서 긴축 정책 자체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스의 군소정당들은 집권 신민당과 사회당이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진 결과라며 성토하고 있다. 5월 총선에서 신민당과 사회당은 40% 이상의 득표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만약 이들 정당이 군소정당에게 표를 빼앗길 경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약속된 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