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텃밭 고집’… 용산가족공원유휴지 노들섬으로 옮겨 조성

입력 2012-04-06 23:33

서울시가 이촌 한강공원에 텃밭을 조성하려던 계획을 바꿔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의 유휴지를 활용해 텃밭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한강 둔치에 텃밭을 분양하면 개인에게 하천부지를 경작하도록 허용하는 일이 되는데다 비료 등을 살포해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 중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문승국 행정2부시장은 6일 서소문동 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시민들의 호응 속에 진행 중인 한강 이촌지구 텃밭사업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며 “하지만 시와 국토부의 견해 차이로 인한 피해가 시민들에게로 돌아가게 할 수 없어 텃밭을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노들섬 테니스장과 용산가족공원 자연학습장 등에 텃밭을 조성하는 대로 오는 28일쯤 분양할 계획이다. 시는 3∼7가구가 참여하는 1000팀에 8㎡짜리 텃밭을 나눠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장소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텃밭 규모를 줄여 팀당 6.6㎡씩 분양하기로 했다.

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오페라하우스 건설사업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 텃밭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채소와 각종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는 ‘희망서울’ 프로그램으로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 관련 법규를 검토하거나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아 결국 하천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토부는 9일까지 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통고했다.

시는 한강 텃밭 조성사업이 영농목적으로 작물을 경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참여형 생태프로그램이라고 항변하며 국토부에 중단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인 환경실천연합회가 한강에 텃밭을 조성하는 것이 하천법시행규칙 제18조 위반이라는 이유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자 결국 사업계획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문 부시장은 “도시농업은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매우 건전한 친환경 생태프로그램”이라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필요로 하는 4대강 유역의 경작지와 서울의 한강텃밭은 전혀 다른데도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