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무고하게 숨진 흑인소년 사건에 ‘두 손’을 들었다.
대중적인 미국기업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에 이어 극우 백인단체인 ‘미국 법안대체협의회’(ALEC·이하 알렉) 회원에서 탈퇴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지난 2월 백인 자경단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미 전역에 인종차별 논란이 들끓고 있다.
마틴에게 총을 쏜 범인은 사건 당시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체포도 기소도 되지 않았다. 그가 살해현장에서 유유히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플로리다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 때문이다. 악명 높은 이 법은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 일단 총을 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마틴 사건 이후 이 법의 부당함에 논란이 일었고 플로리다주는 법안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 법안 발의를 로비한 곳이 바로 보수적인 로비단체인 알렉이다. 이 단체는 이외에도 미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유권자 ID 법’에도 관여했다. 투표할 때 얼굴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이 법에 대해 진보 진영 측은 이 법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학생, 흑인 등 유색인종들이 투표소에 나오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로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된다.
알렉의 대변인 케이틀린 부스는 마틴 사건을 정치적으로 비화하려는 사람들을 비난해왔다.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 법을 로비한 알렉은 대기업의 후원 아래 운영돼 왔다. 연간 2500∼2만5000달러를 내는 기업에게는 연간 회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개인도 100달러를 내면 2년간 회원이 될 수 있다.
코카콜라의 탈퇴 결정은 흑인인권 옹호단체인 ‘칼라오브체인지’가 코카콜라의 알렉 지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코카콜라 측은 이미 올해 회원비를 냈는지 등의 질문에 답변을 거절한 채 탈퇴했다고만 밝혔다.
칼라오브체인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유권자 ID 법을 반대한다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당시 펩시콜라는 슬그머니 알렉 회원 자격갱신을 하지 않고 자동탈퇴했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마틴 사건 이후에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라쉐드 로빈슨 칼라오브체인지 전무이사는 “이 단체에 지지하는 기업은 우리 흑인과 함께 갈 수 없다”며 코카콜라의 결정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 언론들은 월마트 AT&T 스테이트팜 등 다른 굴지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알렉의 회원으로 포진해 있다며 칼라오브체인지는 이들 기업에도 탈퇴 압박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코카콜라, 흑인소년 피살사건에 ‘백기’… ‘정당방위 인정’ 법안 발의한 로비단체서 회원탈퇴 결정
입력 2012-04-06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