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막말 김용민’ 파문] 김어준 “젊은층 투표장 안 나온다” 김용민 사퇴 막아
입력 2012-04-06 23:17
연일 ‘저질 막말’ 언행이 드러나고 있는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 출신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사퇴론이 민주통합당 내에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는 김 후보를 내치지도 감싸지도 못한 채 여전히 나꼼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출마한 민주당 이해찬 후보는 6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이 일은 당의 도덕적 품위 문제”라면서 “사과하는 수준 갖고는 안 된다.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 입장 자체가 애매한데 당은 국민들과 대화해야 하며 당의 입장이 무엇이라고 국민에게 명쾌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천정배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노원 쪽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김 후보의 막말 파문에 대해) 민주당이 나름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이 나서서 김 후보를 후보직에서 사퇴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진애 홍보본부장은 다른 라디오에 나와 “(김 후보는) 석고대죄하고 공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공천 전에 여러 기준을 세워서 평가했어야 하고 그게 가능하지만 지금은 압력을 행사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틀 전 김 후보에 대해 “큰 문제”라고 심중을 표현했던 한명숙 대표는 6일 호남지역 유세과정에서는 일절 언급을 자제했다. 새누리당이 “김 후보를 공천한 당사자”라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김용민’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박지원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한 대표와 마찬가지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그대로 넘어가면 제2의 임종석 공천 사태로 번질 수 있다”거나 “미적거리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때를 왜 기억 못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되살아난 MB정권심판론 정서가 ‘김용민 막말’로 다 덮여 버리는 형국”이라며 “지도부가 결단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날 “사퇴는 결코 없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월계동 사슴아파트 3단지 경로당에 왔습니다”라며 선거운동 재개를 알렸다. 저질 막말 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김 후보는 5일 선거운동을 자제했었다.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전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젊은이들이 ‘김용민이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 하고 생각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대해 일종의 ‘협박성’ 발언을 한 셈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