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시인’ 신동문 문학·업적 재조명 움직임… 5월 개관 충북문학관에 ‘삶의 자취’ 전시
입력 2012-04-06 18:12
4·19혁명 52돌을 앞두고 시인 신동문(1927∼1993·사진)의 문학과 업적을 기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충북도는 5월쯤 신동문의 고향인 청주시에 충북문학관을 건립, 신동문의 문학적 성과물과 삶의 자취를 전시하기로 했다. 그가 남긴 시와 산문, 특히 4·19 시위를 성스럽게 노래한 시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群)들’과 도회지 지식인의 나약함을 고백한 시 ‘내 노동으로’가 내걸리는 것을 비롯, 그가 말년을 보낸 충북 단양 애곡리 수양개의 옛집 사진, 생전의 유일한 시집 ‘풍선과 제3포복’도 전시될 예정이다.
충북향토문화연구소와 충북 지역 문인들도 올 들어 수양개의 옛집을 원형대로 보전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집에서 19년 동안 가난하고 몸 아픈 농민들을 침술로 무료 치료한 신동문의 뜻을 기리자는 의미에서다. 신동문이 작고한 이후 이 집은 지금까지 낡은 채 비어 있다. 단양군은 신동문의 옛집 주위로 남한강을 따라 ‘느림보 강물 길’을 만들기로 했다. 단양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남한강을 따라 산책하면서 그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동문 평전’을 낸 김판수씨는 “1956년 신동문이 500권 한정판으로 펴낸 시집 ‘풍선과 제3포복’이 요즘 고서점에서 40여만 원의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근래 그의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들이 반갑긴 하지만 지나치게 주변적인데다 관람과 관광 위주여서 아쉽다”며 “차제에 그의 문학을 심층적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집 ‘풍선과 제3포복’은 우리 문학사에서 반전반핵 문학의 효시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랄 동북방의 불모 평원에 인명 피해만은 피했노라고 증인처럼 열 겹으로 그어놓은 동그라미 표적, 그 중심에서 솟아나는 버섯형 오색구름을 손뼉치며 향락하는 동과 서. 또 너와 나의 동자에 핏발 선 광기-그 발광한 이빨로 우리는 문화를 먹어버렸습니다. 역사를 삼켜버렸습니다.”(‘제3포복’ 일부)
1951년 10월 입대해 3년 만기 제대한 신동문은 흥미롭게도 병사의 신분으로 반전반핵시를 썼던 것이다. 발각될 경우 큰 화를 당할만한 일이었다. 김씨는 “신동문은 군복무 중 행여 상관에게 들킬까봐 ‘제3포복’의 원고뭉치를 숨기고 다녔으며, 근무지를 옮길 때나 휴가 때에는 그것을 간수하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고 회고한 적 있다”며 “‘제3포복’과 같은 반전반핵시는 4·19 정신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