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맥켄지 선교사가 100년전 한국 한센병 환자 돌본 것처럼… 우리도 中·동남아 한센인 돕기 나선다
입력 2012-04-06 18:11
한국교회과 호주 한인교회 및 선교사들이 협력해 아시아 오지의 한센병 환자 돕기에 나선다. ‘호주 맥켄지 한센선교회’(The Mackenzie Leprosy Mission in Australia Incorporated:MLMA)는 오는 15일 오후 3시 서울 상도교회 본당에서 MLMA 설립축하 및 최승일 목사 이사장 취임 감사예배를 갖는다.
MLMA는 호주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권순형씨가 100년 전 한국에서 나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제임스 노블 맥켄지 선교사의 희생 정신을 계승,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센인 사역을 펴고 있는 이명남 선교사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 지난해 비영리법인 자선단체로 인가받은 MLMA의 초대 이사장은 서울 상도교회 최승일 목사가 맡았다. 최 목사와 권씨는 각각 한국과 호주에서 선교사를 발굴, 훈련, 파송하고 선교 사역비 모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씨가 MLMA를 설립하게 된 배경엔 두 선교사의 아름다운 사연이 있다. 한국에 건너온 초대 호주 선교사 중 한 사람인 맥켄지 선교사는 1901년부터 1938년까지 28년간 주로 나환자를 돌보았다. 맥켄지 선교사는 나병선교회를 통해 사역을 펼쳤다. 이 나병선교회는 원래 영국구라선교회에 의해 시작돼 1909년 부산에 나환자 수용소를 건립, 운영했다. 그러다 호주선교부로 이관돼 맥켄지 선교사가 이를 맡았다. 이 나환자 수용소는 1910년 2월 나환자 정착촌으로 발전해 부산 용호동의 상애원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이명남 선교사는 13세에 소록도 병원에서 한센병을 치료받고 상애원에서 양계를 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예배 중에 목사님이 누가복음 17장 11∼19절 말씀으로 하시는 설교가 마음에 생생하게 다가와 박혔다. 예수님이 고쳐주신 열 명의 한센환자들 중에 한사람만 감사를 드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선교사는 이 때 ‘나 자신이 감사한 한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단했고 1999년부터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센인을 위한 선교사역을 펴왔다. 자비량으로 사역하던 이 선교사는 2010년 호주에서 온 선교사 후손들과 권씨의 안내를 맡게 됐다. 이때 이 선교사의 간증을 듣고 은혜 받은 권씨가 그를 돕기 위해 MLMA를 설립한 것이다.
권씨는 “부산에서 풀빵 장사를 하던 이 선교사의 아내가 구청의 강제철거로 이마저도 할 수 없어 선교비 마련이 막막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 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한편 호주 선교사들에게 진 빚도 갚는다는 심정으로 법인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호주에 사는 권씨는 이 사역을 한국교회와 함께 섬기기 위해 18년 동안 호주에서 목회하다 2006년 상도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돼온 최승일 목사에게 이사장직을 제안했다. 최 목사는 ”100여년 전 이 땅에 들어와 나환자들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신의 생명을 다해 헌신한 맥켄지 선교사의 선교정신을 이어받아 복음에 빚진 한국교회로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해 이사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MLMA는 앞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 몽골 등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치료제 지원, 경제적 자립, 자녀교육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