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오. 한국구세군(사령관 박만희) 사관과 교인 200여명은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을 찾았다. 외국인 선교사 및 국내 순교자를 위한 기도회를 갖기 위함이다.
구세군은 매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 즉 성금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복음의 씨앗으로 이 땅에서 헌신한 선교사와 그 후손, 국내 순교자의 정신을 기리고 이를 따르겠다는 다짐의 시간을 갖는다.
따사로운 봄볕이 묘원을 감싸 안았다. 기도회를 마친 구세군 사관들은 묘원에 안장된 선교사와 가족의 비 앞에 꽃다발을 놓고 묵도했다. 발자국 소리마저 고요 속에 묻혔다.
묘원에 묻힌 외국인 선교사는 모두 145명(가족 포함). 구세군 사관과 가족은 12명이다. 영국인 8명, 스웨덴인 3명, 호주인 1명. 이들은 주로 과로로 순직하거나 천연두, 장티푸스 등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다 전염돼 세상을 떠났다. 두 돌 지나 숨진 자녀도 포함돼 있다.
안내하던 사관이 “할렐루야”라고 외치자 라일리 사관(Staff Captain Florence Hill 1891∼1922)의 묘비 앞에서 사관들이 걸음을 멈췄다.
‘영국 계급 : 참모경위, 직책 : 사관학교장 부인. 1909년 독신으로 내한, 허가두 사령관의 비서로 일했고 1910년 충청지방 장관으로 임명된 허일(A.W. Hill) 참모정의와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충청지방에서 개척사업과 봉사에 힘썼고 1917년 남편 허일 참모경위는 제3대 사관학교 교장으로 임명됐다. 그녀는 교장 부인으로서 한국말과 일어에 능통했으며 1917년 10월 처음으로 여자사관학생 교육을 시작했고 순직한 선교사관들을 기리는 글을 남기는 일을 하기도 했다. 1922년 평동 사관학교 사택에서 승천했다.'
묘비에 적힌 글이다. 라일리 사관처럼 이곳에 묻힌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은 자신의 평안과 유익은 뒷전으로 한 채 이 땅에서 고난을 감수하고 십자가를 나눠 지길 원했던 부활신앙의 사람들이다.
이날 헌화한 김남선(58·부정령)사관은 “자신의 유골조차 이 땅에 묻히기를 원하셨던, 한국교회와 구세군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신앙 선배의 묘비를 바라보면서 나도 이들처럼 어려운 사역을 인내하는 신실한 사관이 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만희 사령관은 묘비 앞에서 사관들에게 “이곳에 묻힌 선교사들의 삶은, 선교 200주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밑거름으로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고 말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기도회와 헌화는 오후 1시 30분쯤 끝났다. 성금요일에 드려진 감동스런 추모 기도회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그대들은 한국기독史의 소중한 밀알”… 구세군, 부활절 앞두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 참배
입력 2012-04-0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