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얀마 경제제재 부분 해제… 여행·투자·금융거래도 허용, 미국 대사 조만간 지명키로
입력 2012-04-05 19:10
미얀마의 민주화 조치에 미국이 큰 선물을 안겨줬다. 경제 제재를 완화하며 외교관계를 복원키로 하는 등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선거에서 보여준 미얀마 정부의 민주 개혁을 향한 발전을 충분히 수용해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얀마 정부가 요구하는 ‘전면적’ 수준의 제재 철폐는 아니며 부분적 해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미국기업의 투자 및 금융서비스를 허용하는 한편 원조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미얀마에 설립, 유엔개발계획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민주화 학습, 의료 및 교육 등 비영리 부문에 대한 미국 민간단체의 지원도 허용하고 미얀마 정부관리와 정치인들의 미국 방문도 수용할 방침이다. 농업 관광 통신 은행 분야를 중심으로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1997년 5월 시작된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15년 만에 다소 풀리게 되는 셈이다.
민주화 항쟁을 무력 진압한 데 항의해 91년 4월 이후 공석 상태로 둔 미국대사도 조만간 지명하기로 했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먼 길을 가야 하고 미래가 확실하고 분명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과정을 주도면밀하게 지켜보는 동시에 행동에는 행동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처가 ‘너무 조급하고 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 600여명의 정치범을 석방했지만 여전히 수백명의 정치범이 구금돼 있는 등 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의 당선 및 야당 압승을 인정한 것이 민주화에 대한 미얀마 현 정권의 열망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복수의 미국관리들조차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주요 인사에 대한 감시 금지 조처가 필요하며 특히 소수 민족과의 국민화합은 물론 북한 정권과의 군사적 관계도 단절해야 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강조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월터 로흐만은 “미국의 제재 완화 내용 중 일부는 총선이 치러지는 2015년까지 미뤄야 한다. 실탄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 전문가들은 자원이 풍부한 미얀마의 경제 잠재력을 노린 중국을 의식해 미국이 예상 외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