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돈많은 외국인에 영주권 발급 중단… “부동산 가격 폭등·취업난에 내국인 반발”
입력 2012-04-05 19:11
“부유한 외국인, 이제 그만 오세요.”
한때 이민을 적극 장려했던 싱가포르가 돈이 많은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던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자 내국인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화청이 개인 총 자산 2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79억원) 중 절반을 현지에 5년 이상 예치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신속하게 내주던 기존 정책을 없애기로 했다고 현지 비즈니스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외국인이 싱가포르 영주권을 받기 위해선 새로운 기업에 250만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하거나, 기존 사업 규모를 최소 연수입 3000만 싱가포르 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싱가포르경제개발청이 설명했다. 외국인이 싱가포르에서 집을 살 때 적용되는 세율도 올리고, 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할 때 물리는 부담금도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오는 15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리셴룽 총리는 외국인이 전체 싱가포르 인구 520만명 중 3분의 1을 넘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유권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 전 세계 부호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 예로 싱가포르 부촌인 센토사 코브의 초호화 방갈로가 최근 미화 3900만 달러(약 441억원)에 팔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싱가포르 가구에서 백만장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5.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국인 이민을 적극 장려한 결과 2005년 이후 인구는 100만명가량 늘었다. 그러나 교통이 혼잡해지고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싱가포르의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동 및 유럽 등지의 많은 부자가 여전히 싱가포르를 안전한 재산 관리처로 여기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