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性도 팽개친 인터넷 ‘게임중독’ 출구는 없나
입력 2012-04-05 18:59
‘전자마약’으로 불리는 인터넷 게임중독의 폐해가 심각하다. 가상의 세계에 빠져 인명을 경시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PC방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버린 20대 여성이 5일 경찰에 붙잡혔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중학생은 게임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려다가 우울증에 걸린 20대는 철로에 누워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게임에 빠져 신생아를 굶겨 숨지게 20대 부부도 있다. 초·중·고교생 103만명을 포함해 인터넷 중독자는 최소한 2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게임중독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5일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시킨 뒤 화단에 버린 혐의(영아살해 등)로 전모(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쯤 서울 잠실동의 한 PC방에서 양수가 터진 줄도 모르고 게임에 열중하다가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했다. 그러나 전씨는 망설임도 없이 신생아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사시켰다. 이어 인근 모텔 주차장 화단에 아이를 버린 뒤 피가 묻은 바지를 입은 채 다시 PC방으로 가서 게임을 했다.
부산에서는 2010년 11월 게임을 많이 한다고 꾸짖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중학생이 목을 매 숨졌는가 하면 2009년에는 신생아가 굶어 죽도록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게임에만 몰입해 있던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하루 5∼10시간 게임을 즐겼던 게임중독자였다.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인터넷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인터넷 도박에 휩쓸려 이혼 등을 통해 가정이 해체되거나 전 재산을 다 날리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흔해졌다. PC방에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게임에 몰두하다 119구급차에 실려 가는 중독자도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독률은 8%를 넘는다. 공식집계된 게임중독자는 200여만명이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많아 실제는 300만명을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4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50·여)은 “패륜적 범죄를 유발하는 게임중독을 줄이려면 게임아이템의 상거래 전면금지는 물론 게임회사가 청소년의 게임 접속시간과 장소를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민영돈 원장은 “24시간 접속이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과 국내 온라인 게임의 눈부신 발달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의 게임중독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