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세계를 통해 풍자하는 게 내 작업의 취지”… 개인전 ‘아홉 난쟁이들’ 여는 美 작가 폴 매카시

입력 2012-04-05 18:27


‘백설공주’ ‘피노키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 미디어설치 작가 폴 매카시(67)가 한국 첫 개인전을 연다.

5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동심세계를 통해 서구문명의 정치·사회적 현상을 풍자하는 것이 내 작업의 취지”라며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광대와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제갤러리 제3관 개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아홉 난쟁이들’로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들을 희화화한 조각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난쟁이들의 이름은 멍청이 박사 졸림이 재채기 행복이 등으로 지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는 일곱인데 왜 아홉인가. 그는 “일곱 개를 하고 나니 멍청이와 심술쟁이를 하나씩 더 만들고 싶어 아홉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타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네 차례나 참가하고 세계 유수 미술관 전시를 통해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흥청거리는 모습을 담은 ‘지하벙커’(2003) 등으로 현대사회의 퇴폐와 금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피노키오’ 작품은 주인공의 과장된 얼굴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인 패권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실리콘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번 전시 출품작은 아홉 난쟁이들의 표정이 익살스럽기도 하고 음흉하기도 하다. 작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선을 다루었지만, 전시 주제인 ‘여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등을 패러디하는 작업으로 곤란을 겪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작가에게 성소는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름답다”며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인 아이콘이지 당사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는 야외 대형 조각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도 함께 전시된다. 5월 12일까지(02-735-8449).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