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진만] 방송파업과 선거보도
입력 2012-04-05 18:48
매스 미디어는 어떤 이슈나 주제를 강조하고 보도함으로써 수용자들로 하여금 그 이슈나 주제를 중요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매스 미디어는 수용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을 언론학에서는 매스 미디어의 의제설정기능(agenda setting function)이라고 한다. 요즈음과 같은 선거기간에 매스 미디어의 기능은 더욱 강조된다.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검토하고 그 진실성과 가능성 여부를 국민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각 정당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듯하다. 아마도 매스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스 미디어 중 특히 방송의 경우 MBC와 KBS 두 방송사가 파업을 하느라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전해주고 있지 않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은 국민의 정치적 의견과 욕구를 정부와 정당에 전하는 채널링 기능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방송은 정치인이나 정당의 활동, 그리고 정치적 이슈 등을 다룸으로써 정치적 환경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정치 메시지를 대량으로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방송은 선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취재하고 분석해 시청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MBC와 KBS 등 주요 방송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의 명분은 “낙하산 사장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인들이 오죽하면 파업을 하겠느냐마는 근자에 들어 파업과 방송의 파행이 너무 잦은 것 같다. 파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 어디에도 시청자를 고려하거나 배려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낙하산 사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 이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낙하산 사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제도적으로 개선할 기회도 많았는데 그냥 넘어왔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선거라는 국가적 중대사가 있는 이때에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측도 노조도 한 치의 양보가 없어 언제 해결될지 오리무중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측이 한 발자국씩 물러서서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일까? 시청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잦은 파업은 시청자들을 지상파로부터 떠나게 할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