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민 털어내기는커녕 감싸는 야당

입력 2012-04-05 18:44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이다. 말하기를 조심하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는 의미의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란 경구도 있다. 요즘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만큼 이 말을 뼈저리게 느낄 이는 없을 듯하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음껏 성(性)을 묘사하거나 노인을 폄훼하다가 본인은 물론 자신을 공천한 민주당까지 칼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김 후보의 천박한 발언은 막바지로 치닫는 4·11 총선의 변수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개인 블로그에 사과문을 실은 것으로 할 일을 다한 양 “움츠리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나꼼수’ 멤버들과 대책을 숙의했으나 선거운동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빨리 짐을 싸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김 후보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생각인 모양이다. 김 후보가 공인의식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 태도도 한심하다. 내심 김 후보의 자진 사퇴를 기대하면서도, 나꼼수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해 김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종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어물쩍 넘어가기를 바라겠지만, 노원갑 인근 지역 여론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등 이미 선거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공동대표가 “김용민을 신뢰한다”고 밝힌 것도 볼썽사납다. 소위 진보진영 인사라면 성폭언을 일삼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2010년 한나라당 소속인 강용석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성범죄자를 내쫓아야 한다며 격분한 것과도 배치된다.

이처럼 후보직에 연연한 김 후보, 눈치 살피는 민주당, 편협한 사고를 다시 드러낸 통합진보당을 유권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 차리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