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23) 진정한 위로기도는 산 같은 환난도 물리친다

입력 2012-04-05 17:55


나는 방송인이기에 앞서 생활인이다. 그러니 방송국 밖에서 만나는 사람도 많고, 전도할 기회도 많다. 내 경험상 전도의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술을 벌려 복음을 전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내 경우 유난히 많은 전도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식당이다. 육의 양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영의 양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셨다. 어느 때는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이, 어느 때는 손님이 나의 전도 대상이 됐다.

식당에서 전도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삼는 덕목이 있다. 최고의 손님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주 가야 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어주고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 식당의 단골이자 귀빈이 되고 허물없이 가까워진다. 그런 다음 식당이 좀 한가할 시간에 맞춰 과일이나 빵을 사가지고 가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예수님을 전하면 큰 효과를 얻는다.

언젠가 하루는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사무실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내가 어렵게 전도한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한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중년의 여인이 들어왔다.

“여기 소주 한 병만 줘요!”

대낮에, 그것도 여자 혼자서 소주를 시키다니….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같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술을 안 판다고 하자 그 여인은 격하게 항의를 했다. 그래도 주인이 강경하게 나오자 그 여인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딱 한 병만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래도 주인이 거절하자 여인은 거의 울상이 됐다.

“제가 지금 그럴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안주 시킬 돈은 없으니까 소주 한 병만 주세요. 부탁해요.”

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여인에게 뭔가 사연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자 나의 넓은 오지랖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주머니! 대낮부터 소주는 좀 그렇고, 제가 시원한 맥주 한 병 사드릴게요.”

나의 ‘돌출행동’에 주인 아주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주인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는 잔에다 맥주를 따라 그 여인에게 줬다. 여인은 단숨에 한 잔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자신의 상황을 넋두리처럼 늘어놨다.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집을 나가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딸 셋을 키워왔다. 그런데 최근 초등학교 6학년인 큰 딸이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설마 했는데, 중증의 장애아였던 것이다.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어져 여기저기 길거리를 헤매다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식당에 들어왔다.

“정말 안 됐네요.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교회 장로인데…”

내가 말을 꺼내자 여인은 듣기 싫다는 듯 한 마디로 내 말을 잘랐다.

“나는 집사예요!”

결국 장로가 집사에게 술을 사준 꼴이 됐다. 나는 오히려 잘 됐다 싶어서 맥주를 한 잔 더 권하고서 여인의 마음을 누그러뜨린 다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귀신 들린 자를 치유하시는 예수님 이야기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이름과 그분의 능력을 덧입으면 세상의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여인의 손을 덥석 잡고 기도했다. 여인의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 그리고 남편이 빨리 돌아오도록 열심히 기도했다. 그러곤 내 명함을 건네주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여인은 한참 동안 울고 나서 식당에 들어설 때보다 한결 평온한 얼굴로 나갔다. 그 후 보름여 후 전화가 걸려왔다.

“장로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장로님의 기도를 들으신 것 같아요. 남편이 돌아왔어요.…”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