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색감 본능으로 감상한 현대회화 30점… ‘너랑 나랑 노랑’

입력 2012-04-05 18:17


너랑 나랑 노랑/오은(난다·1만6000원)

2009년 3월 26일 젊은 시인 오은(30)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그의 다리엔 빼지 못한 철심이 박혀 있다. 사고 당시 머리도 다쳤다. 뇌에 고인 물을 빼냈는데 물과 함께 기억의 일부도 빠져 나갔다. 그런 그가 요즘 잘 웃는다. 그 웃음에 색과 빛에 대한 매혹적인 산문집 제목인 ‘너랑 나랑 노랑’이라는 운율이 묻어나는 듯 하다. 어릴 땐 회색을 가장 좋아했고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으며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땐 푸른색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20대엔 더 이상 회색을 동경하지 않았다. 시를 쓰면서부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과 함께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단다.

그는 색감에 대한 남다른 본능으로 레드·블루·화이트·옐로·그린·블랙이라는 여섯 색깔 지붕 아래에서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붉은 조화’ 등 30점의 회화를 분방하게 해석한다. 죽다 살아난 그를 두고 어머니는 지난 3월 26일, “우리 은이 세 번째 생일인가”라며 웃으셨다고 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