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해진 일상용품과 문화… 인간의 욕망이 숨어 있었네!

입력 2012-04-05 18:34


사물의 민낯/김지룡/애플북스

공식적으로 최초의 성형수술을 받은 인물은 영국인 ‘월터 여(Walter Yeo)’로 기록돼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었던 그는 미사일에 의해 눈꺼풀과 눈 주위 피부를 모두 잃었으나 1917년 8월 8일 ‘성형 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해럴드 길리스에 의해 피부이식수술을 받아 새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건 공인 기록일 뿐이다. 기원전 800년 인도에서는 행실 나쁜 여자와 범죄자의 코를 베었다. 그래서 코를 상실함으로써 명예를 잃게 된 이들에게 코를 되찾아주는 수술도 유행했다고 한다. 성형 수술은 명예를 재건하는 수술이었다.

남자는 매일 아침 자신의 얼굴에 칼을 겨눠야 한다. 면도를 하면서 피를 보는 건 상례가 됐다. 기원전 3세기 수메르인들은 그런 식의 불안전한 면도를 탐탁치 않아 해서 족집게로 수염과 체모를 뽑아냈다. 로마인들은 수염을 기르는 걸 경멸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자신의 문헌 속에 공중목욕탕에서 체모를 뽑느라 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인간의 역사는 털과의 투쟁이다.” 질레트사의 창업자인 질레트는 이발소에서 사용하는 긴 면도칼을 사용해오다가 어느 날 문득 손잡이 말고 칼날만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 끝에 탈착형 면도기를 발명했다. 상처와 피의 역사인 면도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돈가스의 원조는 서양식 ‘커틀릿(Cutlet)’이다. ‘커틀릿’은 일본에서 ‘카츠레츠’로 발음된다. 줄여서 ‘카츠’로 부르고 그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가스’가 됐다. 하지만 도쿠가와 츠나요시 통치 기간 인 1687년 선포한 ‘동물보호법령’에 따라 일본에서는 동물 살생이 금지됐고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졌다. 그러다가 1868년 메이지유신 당시 “서양인의 균형 잡힌 신체를 닮으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며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육식은 불경함과 신성모독’이라는 보수주의자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고기에 일부러 두꺼운 빵가루를 발라 튀겨낸 음식을 만들었는데 식후 입안에 남는 텁텁함을 없애기 위해 생야채를 곁들이게 됐다. 이렇게 완성된 ‘돈가츠’는 1929년에 등장한다. 고기를 고기처럼 보이지 않게 한 것이 ‘돈가츠’ 탄생 비화인 것이다.

덴마크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목공에 재능을 보여 25세 때인 1916년 ‘빌룬트 기계목공사’를 사들여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1924년 올레의 두 아들이 난로를 만지다 불을 내 목공소가 전소해버렸다. 텅 빈 목공소에 앉아 자투리 나무 조각으로 장난감을 만들며 소일하던 그에게 한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저씨, 그 장난감 저한테 팔면 안돼요?” 그는 장난감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기로 하고 브랜드 명을 ‘LEG GODT’(‘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로 붙였다. 사업은 빠른 속도로 번창해 갔고 마침내 1949년, 지금의 ‘레고’를 연상할 수 있는 ‘레고 브릭’을 출시했던 것이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진 일상용품이나 문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삶의 일부가 됐는지를 살펴보면 그 중심엔 언제나 인간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신개념 창작집단 ‘갈릴레오 SNC’ 책임 크리에이터.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