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독림가 손창근씨 1000억원대 임야 기부… “숲, 다음 세대까지 잘 보존돼야”
입력 2012-04-04 21:29
팔순의 모범 독림가가 50년 이상 관리해 오던 시가 1000억원대의 임야를 국가에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10년 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해 화제가 됐던 미술품 수장가이기도 하다.
4일 산림청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안성 지역의 산림을 경영하는 손창근(83)씨는 최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임야 662ha(약 200만평)를 산림청에 기부했다.
손씨는 그러나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기부정신을 지키기 위해 사진촬영이나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기부한 임야는 서울 남산 총면적의 2배로 공시지가가 400억원이 넘고 시가로도 무려 1000억원을 넘는 규모이다.
손씨는 지난 3월 19일 대리인을 산림청에 보내 기부의사를 밝힌 뒤 아무 조건 없이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무리했다. 그의 두 자녀 역시 손씨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이 지역의 산림이 다음 세대에까지 잘 보존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엄청난 면적의 산림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리인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끈질긴 개발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재산을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며 “이 숲이 다음 세대에까지 온전하게 잘 보호되고 관리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씨는 정부의 산림녹화사업이 본격 시작된 1960년부터 이 임야에 잣나무 낙엽송 등 5종류 200여만 그루를 가꿔 오며 산림 내 약 16㎞의 임도를 만들었다. 계류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 산림관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이런 공로로 1966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1991년에는 산림청의 모범 독림가로 지정됐다.
손씨는 2008년 전통 서화 연구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기부 문화에 대한 산림부문의 이번 사례를 귀감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손씨의 뜻을 담은 교육용 기념비를 설치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산림휴양과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산림 이름을 손씨 선친의 아호 ‘서포’를 따라 ‘서포숲’으로 지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