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 모든 유로화 모아 빚 갚는다… 다른 나라 은행에 숨겼을 때는 벌금 부과”
입력 2012-04-04 19:20
네덜란드 11세 소년, 유로존 위기해법 논문 英 ‘올프슨상’ 특별상
열한 살짜리 네덜란드 소년이 경제학 분야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올프슨상에 도전해 깜찍한 유로존 붕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제안에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움찔했고, 소년은 100유로(약 15만원)짜리 특별 쿠폰을 받았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보수 인사인 올프슨경이 창설해 수상자에게 25만 파운드(약 4억5000만원)를 시상하는 이 상은 올해 ‘유로국이 유로화를 포기하면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겠는가’라는 주제를 던졌다.
응모 당시 열 살이었던 초등학생 주레 헤르만의 해법은 이렇다. 모든 그리스 국민이 자신들이 가진 모든 유로를 은행에 가져간다. 이를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바꿀 수 있는 환전기계에 넣는다. 은행은 이렇게 모인 유로를 그리스 정부에 준다. 이제 정부는 이 돈으로 빚을 갚는다.
소년은 한 컷짜리 그림도 첨부했다. 정부에서 거둬들인 유로를 한 덩어리의 피자로 표현하고, 이를 조각으로 나눠 곳곳에 빚을 갚는다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그리스인이 유로를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드라크마로 교환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슬픈 표정의 그리스인 얼굴도 그렸다.
올프슨상 위원회는 헤르만이 그리스의 상황을 너무도 실감 나게 표현했다면서 100유로짜리 특별 쿠폰을 상으로 지급했다. 경제학자들은 소년의 해법에 ‘매우 똑똑한 아이디어’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올프슨상 위원회 관계자는 “소년의 뛰어난 점은 그리스인들이 유로화를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경제사정이 좋은 국가의 은행에 몰래 숨겼을 때 일종의 벌금을 부과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헤르만은 어떻게 이런 구상을 했느냐는 질문에 “집에서 매일 TV로 유로 위기를 지켜보면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 겠구나’ 하고 생각해 응모하게 됐다”고 당차게 설명했다. 소년은 지난해 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동물을 좋아하고, 네 명의 가족과 다섯 명의 친한 친구가 있는 10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본상 후보에는 5팀이 진출했으며 수상자는 오는 7월 5일 발표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