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총격사건 희생자 ‘가슴아픈 사연들’… “5월 졸업인데 소아과 의사의 꿈 한순간에 앗아가”

입력 2012-04-04 20:42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이코스대학 캠퍼스에 울린 총소리는 집안을 환하게 만들던 리디아 심(한국명 심현주·21)의 미소도, 소아과 의사의 꿈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한국계 미국인 고원일(한국명 고수남·43)씨의 총기난사로 희생된 7명 중 1명인 심씨는 어린이들을 좋아하는 활달한 아가씨였다. 동생 대니엘(대학생·19)은 “누나는 정말 밝고 친절했다”며 “아이들을 특히 좋아했는데, 아이들도 누나가 보이면 멀리서 뛰어올 정도로 따랐다”고 말했다.

심씨는 지난해 이 대학 1년 과정의 간호학과에 등록해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동생은 “누나가 거의 매일 아침 6시쯤 등교해 간호학과 공부를 한 뒤 오후 4시부터 4시간 인근 안과에서 의사의 비서로 일해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 심영민씨는 “간호사로 경험을 쌓은 뒤 소아과 의사가 되는 게 현주의 꿈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심씨 가족에게 교회는 사회생활의 중심이었다. 심씨도 어릴 때부터 헤이우드 침례교회에 나갔고, 수년 전부터 이 교회 아동반을 맡아왔다.

또 다른 희생자인 이 학교 직원 캐틀린 핑(24·여)씨는 딸, 어머니, 가장 등 1인3역을 해 온 집안의 기둥이었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핑씨는 이스트 포클랜드에서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필리핀에서 15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아버지 초청으로 핑씨는 2007년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 2명과 함께 이민 왔다. 남편은 이민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도 필리핀에 있다. 핑 씨는 8개월 전 친구의 소개로 오이코스 대학 직원으로 일해 왔다. 동생 케인 핑씨는 “누나가 전 가족을 돌봐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기난사 사건 사망자 가운데 한국계는 심씨와 그레이스 김(한국명 김은혜·24)씨 등 2명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시민권자라고 미 경찰당국은 밝혔다.

3일 저녁에는 사건 현장 인근에 있는 앨런 템플 침례교회에 오클랜드와 인근 샌프란시스코의 한인들을 포함해 미국 내 다양한 지역사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모두 500여명이 모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된 기도회에는 진콴 오클랜드 시장 등 정계 인사들과 한인을 포함한 이 지역 기독교, 가톨릭, 유대인 지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사건 희생자인 김씨의 아버지 등 유가족들과 오이코스대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고원일’로 알려져 있는 이번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의 한국 이름이 ‘고수남’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