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3인이 말하는 ‘한국교회 사명’… “한국교회 높아진 위상만큼 역할하려면 분파주의 버려야”
입력 2012-04-04 18:10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김선도(서울 광림교회) 김장환(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 등 부흥 1세대 목회자는 세계하나님의성회(WAGF) 총재와 세계감리교협의회(WMC) 회장,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 등을 맡으며 한국교회의 세계화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 이들 영적 거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목회자는 민족교회를 글로벌교회로 격상시켜야 할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KPN(Global Kingdom Partnership Network) 4차 대회에 참석한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김정석(광림교회) 진재혁(지구촌교회) 목사를 만나 전환기적 상황에 놓인 한국교회의 사명과 미래 방향성을 들어봤다.
-GKPN 4차 대회는 성장하는 비서구권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이슬람의 거센 도전 앞 세계교회의 대응과 차세대 지도자 육성, 효과적인 제자화 사역을 논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참석 소감은.
△김정석 목사=GKPN 대회를 4회째 참석하고 있는데 매번 느끼는 것은 높아진 한국교회의 위상과 역할이다. 미국 애즈베리신학대 총장의 말처럼 앞으로 세계선교는 비서구권교회가 이끌고 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교회는 130년 짧은 역사지만 하나님이 축복해주신 것을 나누고 서구와 비서구권 교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국교회에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변방에 있지 않다. 크리스천 소사이어티(Christian society)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영훈 목사=한국교회는 짧은 기간 세계교회사에 남을 만큼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교파와 교회 간 간격이 크다는 것이다. 교회 일치를 위한 네트워킹이 약하다는 말이다.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교파와 장벽을 뛰어넘어 직면한 공동의 과제를 풀기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도 통일문제와 사회적 약자 돌봄 등 맡겨진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진재혁 목사=GKPN은 전 세계 기독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비서구권(non-western world) 혹은 다수세계(the majority world)의 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조직이다, 비서구교회와 서구교회의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모임이다. 올해 처음 참석했는데 세계 곳곳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 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의견을 나누면서 세계교회가 한국교회에 얼마나 큰 관심과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됐다. 정말 한국교회에 부어주신 축복에 감사드렸다. 이제 한국교회는 받는 교회가 아니라 세계교회에 나눠주는 교회가 돼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민족과 이념을 넘어 세계로 향해야 할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중대한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견지해야할 자세는 무엇인가.
△김 목사=한국교회는 앞으로 글로벌 크리스천 사회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적극 고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내부 정치에 집중하다보니 세계교회의 흐름에 눈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한국교회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서구교회에 재부흥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개개인의 역량에만 의지하지 말고 더불어 함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분파와 파벌주의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이기주의, 영웅심, 개인주의를 내려놓고 선한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갈 때다.
△진 목사=우리는 너무 우리만의 문제에 함몰돼 힘겨루기에 에너지를 쏟는다. 이젠 세계교회를 향해 축복의 통로가 돼야 한다. 많은 재정이나 교회의 큰 규모도 좋지만 영적 리더십을 갖기 위해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할 줄 아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성숙함이라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는 말은 거기에 창의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만약 자기교회, 자기교단만 뛰어나고 자부하고 남을 배려하지 못한다면 절대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없다.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목사=세계교회가 한국교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한국교회는 남다른 선교열정과 세계교회에 공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저들은 열정적인 기도와 전도에 적잖은 도전을 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교회가 이번에 정성을 다해 GKPN 대회를 준비한 것도 지난해 한국교회의 세심한 준비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분열의 소식이, 상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분열은 악한 영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도약하는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 광림세미나하우스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이슬람 문제가 제기됐다.
△김 목사=21세기 교회 공동체의 도전은 결국 이슬람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인간화된 우리의 삶 속에 나타나는 분열과 나눔, 갈등 속에서 비서구권 교회공동체가 어떻게 이 거대한 도전을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세계교회가 어떻게 이슬람의 물량주의에 대항하고 극복할 것인가, 복음의 유일성과 진리를 공유하고 선교할 것인가는 진지하게 풀어야할 과제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로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 목사=GKPN에서 이 문제를 2년째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광범위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이런 세계적 추세에 맞춰 이슬람권의 공격적 도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이 작업은 농어촌교회, 개척교회 살리기 프로젝트와 함께 한국교회가 초교파적으로 연대해야 할 문제다.
-이번 대회에서도 볼 수 있듯 차세대 목회자들의 참여방안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김 목사=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이끄는 ‘리딩 처치’가 되기 위해선 젊은 세대를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지역에 머무르는 로컬 처치가 아닌 세계교회에 동참하는 글로벌 처치로서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리더십과 포용력, 국제적 감각을 지닌 차세대 목회자들을 육성해야 한다. 서구권과 비서구권을 연결하는 미래지향적이며, 통합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세계적인 회의에 다수의 젊은 목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진 목사=조용기 김선도 원로목사님 등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교회성장을 이끄시면서 세계교회에 한국교회를 알려왔다. 아마 다음세대의 리더십은 함께 공동의 목표를 해결해가는 파트너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로목사님의 리더십을 2세대 목회자들이 계승·발전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향후 계획은.
△이 목사=GKPN 회원권을 갖고 있는 김정석 진재혁 고명진 홍성욱 목사님과 함께 매년 전 세계 선교사님들의 영적·육체적 재충전을 돕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일단 선교사가 해외로 나가면 재충전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다. 2010년 인도선교 30주년을 맞아 교파를 초월해 200여명의 선교사님들을 모아 호텔에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부흥회와 무료진료를 해 드린 적이 있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처럼 매년 한 나라를 선택해 도와드릴 예정이다. 또 GKPN 대회에 청년사역자와 선교담당 사역자를 참석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다음세대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목사=GKPN 내 동아시아지역 교회 모임을 2013년 미국 댈러스 총회 전까지 조직할 계획이다. 한국교회가 중심이 되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복음화율이 낮은 선교거점 지역에 학교와 의료센터를 건립하는 등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처럼 거대 담론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현장의 실제적 필요를 채우는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나와야 한다.
벨라벨라(남아공)=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