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풍경이 이런 모습일까… 진달래·개나리 흐드러진 남도의 4월
입력 2012-04-04 18:19
4월의 남도는 갓 시집온 새색시의 모습이다. 노란 개나리꽃으로 저고리를 삼고 연분홍 진달래로 치마를 두른 남도의 얼굴은 벚꽃처럼 화사하다. 꽃샘추위의 심술로 좀처럼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던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서로 앞 다퉈 꽃잎을 열기 시작하자 남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봄꽃 축제로 한바탕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봄꽃 축제가 열리는 남도로 봄마중을 나가본다.
◇유달산꽃축제(전남 목포)=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목포 유달산은 4월이 오면 개나리꽃을 비롯해 동백꽃 벚꽃 살구꽃 등 봄꽃이 만개하고 유달산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유달산의 개나리꽃은 산을 한 바퀴 도는 약 7㎞ 길이의 순환도로를 노랗게 채색한다. 멀리서 보면 유달산이 노란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노란 꽃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난 개나리꽃이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풍경은 노란 치마를 입은 여인을 연상하게 한다.
순환도로 중 개나리꽃이 가장 멋스런 곳은 노적봉에서 조각공원에 이르는 2㎞ 구간. 유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순환도로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개나리꽃이 만개하고 도로 아래는 일제강점기 때 건물들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가 정겹게 펼쳐진다.
올해 17회째를 맞는 유달산꽃축제는 ‘희망나눔 봄꽃으로의 초대’를 테마로 7∼8일 목포 유달산과 로데오광장에서 개최된다. 대표적 프로그램인 ‘유달산 꽃길 걷기 대회’는 7일 오후 1시30분부터 시민과 관광객, 그리고 탤런트 김수미 등 연예인이 참석한 가운데 일주도로에서 열린다(목포시 관광기획과 061-270-8442).
◇영취산진달래축제(전남 여수)=여수반도의 주산인 영취산은 경남 창녕 화왕산, 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한 곳. 올해로 20회를 맞는 영취산진달래축제는 5일부터 8일까지로 돌고개와 흥국사 등 영취산 일원에서 디카사진대회를 비롯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된다.
영취산은 정상인 진례봉이 비록 해발 510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해수면으로부터 바로 솟아 결코 작지 않게 느껴진다. 아울러 골망재 산비탈의 여성미와 봉우재 남쪽 암봉의 남성미가 어우러져 온 산이 연분홍으로 채색되는 4월 초에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영취산 산행코스는 흥국사 코스와 상암 코스 등 5∼6개가 있으나 GS칼텍스 후문의 산행로가 일반적이다. 산행로 입구의 ‘진달래꽃’ 시비를 지나 능선을 타면 돌고개 군락지가 연분홍 물감을 흩뿌린 듯 드넓게 펼쳐진다.
야트막한 영취산은 30∼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15만평의 군락을 이룬 채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는다. 특히 영취산 진달래는 군락과 군락이 맞붙어 드넓은 억새 능선과 연둣빛 산자락에 수를 놓는 게 특징. 영취산 능선은 억새 군락과 진달래 군락이 교대로 나타나는데다 쪽빛 바다를 발아래 굽어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여기에 어른 키보다 큰 진달래 터널들을 통과하며 쪽빛 바다와 숨바꼭질하다 보면 금세 정상을 밟게 된다(영취산진달래축제추진위 061-691-6104).
◇영암왕인문화축제(전남 영암)=월출산과 기(氣)의 고장으로 유명한 영암은 백제시대 학자로 일본 아스카문화의 시조가 된 왕인 박사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그 뜻을 전승하기 위해 해마다 4월 초 벚꽃이 만개할 시기에 ‘영암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한다.
벚꽃길은 목포∼영암 100리 벚꽃길과 읍내의 10리 벚꽃길 등 2곳. 특히 10리 벚꽃길의 벚나무는 수령 30∼40년의 고목이라 꽃잎도 더욱 크고 아름답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이 길을 달리면 월출산을 배경으로 하얀 꽃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영암왕인문화축제는 ‘왕인의 빛, 문화의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6일부터 9일까지 왕인 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 도기박물관 등 영암군 일대에서 개최된다. 왕인 박사 탄생부터 학문수학에 이어 도일까지의 과정을 퍼레이드로 연출하는 ‘왕인 박사 일본 가오’와 신명나는 민속놀이로 기를 체감하는 ‘기찬들 대동놀이’가 선을 보인다.
영암군 도포마을에 전해오는 ‘도포제 줄다리기’와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왕인 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에 산재한 역사유적을 자전거로 답사하는 ‘왕인의 길 자전거 답사’ 등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는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영암군향토축제추진위 061-470-2255).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