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2012 돌풍대결

입력 2012-04-04 18:02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신예 기사들의 돌풍대결이 펼쳐졌다. 최근 리버사이드배(시니어 바둑삼국지), 인터리그 등 다양한 이벤트 기전이 열리고 있다. 그 중 ‘2012 돌풍대결’은 입단 4년차 이내의 기사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2008년부터 2011년에 입단한 신예 기사들이 각각 입단 연도별로 4명(남자 3명, 여자 1명)씩 한 팀을 이뤄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돌풍대결의 참가자는 모두 42명. 연도별 랭킹이 가장 높은 기사(2008년-한웅규 4단, 2009년-안국현 3단, 2010년-나현 초단, 2011년-이동훈 초단) 각각 1명씩 시드 배정을 받고 예선전을 통해 각각 3명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어 4개 팀은 풀리그를 거쳐 1, 2위 팀이 다시 5판 3선승제로 우승팀을 가렸다.

지난 1월 예선전을 통해 결정된 선수들은 한웅규 주장을 필두로 이호범 3단, 황진형 초단, 김미리 2단(2008년 입단), 안국현 주장에 김기원 3단, 허진 2단, 김혜림 초단(2009년 입단), 나현 주장에 강승민 2단, 이지현 2단, 최정 초단(2010년 입단), 이동훈 주장에 최홍윤 초단, 박민규 초단, 김채영 초단(2011년 입단)이었다.

바둑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앞으로 바둑계를 이끌어갈 기대주인 만큼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또한 파격적인 진행 방식을 도입했다. 4명이 한 팀인 단체전으로 1국과 2국은 개인전, 3국은 혼성 페어, 4국 개인전, 5국 여자개인전으로 펼쳐졌다. 제한시간도 지금까지 프로시합에 한 번도 도입되지 않았던 방식을 채택했다.

제한시간이 그동안 가장 빠른 시합은 30초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 선을 깨고 1국과 2국은 20초 5회로 진행됐다. 3국 페어 대국 제한시간은 30초 3회이지만 덤을 5집 반으로 조정했다(현행은 6집 반). 그리고 4국과 5국은 30분 타임아웃제로 진행됐다. 아직 프로시합에 익숙하지 않은 타임아웃제는 각자 30분의 시간을 소비하되 이후 5분 초과 시마다 벌점 2집이 공제되고 3회 초과 시에는 실격패로 처리된다. 이는 바둑이 아무리 유리해도 시간 관리를 못하면 지게 되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지만 신예 기사들은 빠르게 적응하며 불꽃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달 26∼27일 결승전으로 돌풍대결의 막이 내렸다. 최근 바둑계에는 ‘어릴수록 강하다’는 말이 떠돌았지만 이번 대결에선 ‘형만한 아우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승전은 2008년과 2009년 입단자 팀이 만나 결국 2008년 팀이 3대 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아무리 어린 기사들이 머리 회전이 빠르고 속기에 강하다 해도 어느 정도 경험과 노련미가 갖춰진 후에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파격적이고 신선했던 돌풍대결의 주역들이 앞으로 바둑계에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 기대를 걸어본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