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6] 조동원 “전 모르죠, 제가 청와댑니까?”… 100분 토론서 무책임한 답변
입력 2012-04-04 18:56
새누리당 조동원(사진) 홍보기획본부장이 TV토론에서 부적절한 ‘황당’ 발언으로 시청자들과 유권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야당은 조 본부장의 자질뿐 아니라 국정 파탄에 대한 여당의 안이한 인식과 대처를 싸잡아 질타했다.
조 본부장은 3일 밤부터 4일 새벽에 방송된 MBC ‘100분토론-4월 총선, 당신의 선택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현 정부의 불법사찰은 모두 공개됐지만 전 정부의 불법사찰 자료는 숨겨져 있어 진상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면서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재직 시절 불법사찰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통합진보당 천호선 공동대변인이 “아무 증거도 없는데 ‘있을 테니까 공개하라’는 식 논리인데,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조 본부장은 “저는 모르죠. 제가 자료를 접속하는 게 없는데 모르죠 ”라고 발뺌했다.
조 본부장의 한마디에 방청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논객들이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막고 웃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민주통합당 최재천 홍보본부장이 “아무 근거도 없이 흙탕물 끼얹고 ‘너도 잘못했잖아’하는 것”이라고 힐난하고 천 대변인이 “참여정부에서 불법사찰이 있었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행태가 지금 할 일이냐”고 재차 꼬집자 조 본부장은 밑도 끝도 없이 “제가 청와대입니까”라며 버럭 화를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진애 홍보본부장은 4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홍보전문가라서 새누리당 얼굴 바꾸고 색깔만 바꾸는 전문인 것 같은데, 그것으론 국정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조 본부장을 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정치의 기본, 국회의 기본, 진실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무지한 이 사람이 새누리당 내력이고 유전자인가”라며 “박근혜 선대위원장도 아마 ‘저는 모르죠’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진보당 이정미 공동대변인 역시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의 막장 정치, 막장 토론회 종결자”라고 논평했다.
한 시청자는 100분토론 인터넷 게시판에 “카피라이터 조동원씨, 알고 보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문구를 만드신 분. ‘불법사찰은 감시가 아닙니다, 관심입니다’를 주장하려고 나오신 듯”이라고 비아냥댔다. 다른 시청자는 “지난 대선 때 누가 대북문제를 물으니 박근혜 위원장이 ‘왜 그런 걸 북에 묻지 나한테 묻느냐’고 했던 기억이 자꾸 난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이 조동원씨를 내보낸 건 참 교활하다. 자신들의 과거 행적과 가장 무관한 사람, 진짜로 모르는 사람, 심판론 피하고 토론 자체를 피하려는 거다. 최대한 정체를 감춤으로써 당선되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광고카피라이터 전문가인 조 본부장은 지난 1월 “원래 지지하지 않았다”던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새누리당 당명 개정과 새 로고 디자인을 주도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