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경찰청 압수수색 영장 거부당해 망신살… ‘구체적 장소’ 명시도 안해

입력 2012-04-05 06:34

디도스 특검팀의 4일 경찰청 압수수색은 ‘용두사미’였다. 특검팀은 경찰의 심장부인 본청을 압수수색하러 나섰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특검팀은 경찰청 별관 1층 형사사법포털인 킥스(KICS) 운영계와 6층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발목이 잡혔다. 특검팀은 오후 1시가 넘어서까지 점심식사를 미루며 설득했지만 “압수수색 장소를 구체적 제시하지 않으면 협조할 수 없다”고 막는 경찰관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수사자료나 전산기록을 무작정 내줄 수는 없다”며 “경찰이 비록 검찰의 지휘를 받지만 특검팀이 무작정 ‘경찰청 내 전산부서’라고 적힌 영장을 제시하며 경찰청의 자존심을 구겼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경찰청 건물 내 전산부서’라고만 명기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증거인멸이나 조작의 가능성이 없는데도 영장에 적시하지 않는 곳까지 무조건 뒤지려는 어설픈 특검”이라며 “수사의 주체가 돼야 할 경찰이 압수수색 대상이 돼 자존심이 상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박모(50) 경정은 “통상적 절차로 받아들이지만 디도스 테러 의혹을 특검팀이 시원스럽게 풀어 줬으면 하는 것은 국민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라며 “경찰관으로서 수치심을 느낀다”고 했다. 사이버센터 김모(44) 경위는 “특검팀이 포스트 잇으로 가리고 끝내 경찰청에 공개하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곽병우 홍보운영계장은 “특검팀에 제공한 자료는 내사착수보고서, 수사보고서, 압수수색영장신청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진술조서 등 한글파일 형태의 서류 554개”라며 “특검이 검찰보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중앙선관위와 서버관리업체 등 그동안 경찰과 검찰이 손대지 않았던 5곳에 대해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결과를 토대로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31)씨와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8)씨 등을 소환할 방침이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