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22) 이주일 선배님, 끝까지 전도 못해 죄송합니다
입력 2012-04-04 17:37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하지만 ‘징그럽게도’ 거부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물론 그들을 위해 끝까지 기도하면서 전도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중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그럴 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대표적인 사람이 고 이주일 선배님이다.
“선배님! 이리 와보세요. 제발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내가 마주 앉아 말을 꺼내는가 싶으면 선배님은 벌떡 일어서 피한다. 내가 잡으려고 하면 선배님은 얼른 달아나신다. 내가 다시 잡으려고 가면 부엌 쪽으로 뛰어들어가신다.
“아이고 김 단장, 나 좀 봐줘. 내 나중에 믿을게.”
“나중이 뭡니까. 이리 오세요. 그냥 제 이야기만 좀 들어보세요.”
거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거실로, 나중엔 안방으로까지,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나는 쫓고 선배님은 나를 피해 달아나신다.
“아, 이 사람이…. 회의는 네 신데 왜 두 시간이나 빨리 와서 이래?”
“잘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사모님은요?”
“시장 갔어. 자네 올 줄 알고 도망간 거지 뭐.”
1996년, 선배님과 함께 ‘이주일 코미디쇼’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스태프와 함께 매주 한 번씩 경기도 분당의 선배님 댁에서 회의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약속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먼저 도착한다. 선배님 부부를 전도하고픈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보다 선배님이야말로 예수님의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정’주일이 아닌 ‘이’주일로 살면서 겪었던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그분이었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서 지독한 아픔을 안고 있는 그분이었다. 그럼에도 애써 태연한 척하며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그분을 보면 짠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진다. 그 선배님을 향해 집요할 정도로 전도에 매달렸지만 도무지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 단장, 내 나중에…. 아직은 때가 아니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선배님은 항상 똑 같은 말로 마무리를 하셨다. 그렇게 마지막 방송을 마칠 때도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방송을 끝내면서 나는 성경책과 찬송가를 한 권씩 구입해 선물로 드렸다. 그 뒤에 가끔씩 전화를 걸어 성경책 읽느냐고 물으면 전화기 옆에 두고 있다고 하셨다.
국회의원을 지내셨고,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선배님에게 나는 정말로 복음의 위대함을 전하고 싶었다. 한데 그분은 2002년 이 땅을 떠나시고 말았다. 그때 나는 누구보다도 많이 울었다.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도 컸지만 그분과 함께 영접기도를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고 서러웠다.
이주일 선배님 이야기를 하다보니 개그맨 이영애씨가 생각난다. 영애씨는 나에게 ‘달덩이 단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다. 선배님으로부터 무척 사랑받던 후배이기도 했다.
‘이주일 코미디쇼’ 녹화 때 일이다. 선배님이 초대 손님으로 나온 영애씨를 소개하자 무대로 나온 영애씨는 선배님에게 가기 전에 나에게로 와선 “달땡∼이 단장님∼”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게 아닌가. 이때부터 연예계서는 물론 일반인들도 나를 달덩이 단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 영애씨는 내 얼굴이 둥글넓적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 같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별명이 별로였다. 하지만 갈수록 그 별명이 좋아졌다. 달이 무엇인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는 행성 아닌가. 태양이 없으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달이다. 나는 나름대로 예수님을 태양으로, 나를 달로 비유해보니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수님의 반사체가 되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예수님을 알아간다면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