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안식관 준비 시급…

입력 2012-04-04 17:52

[미션라이프] 아프리카에서 사역 중인 A선교사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들어가야 하지만 네 식구가 1년 동안 지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월세방을 찾는다 하더라도 최소 수천만원이 필요해 기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지만 안식년을 맞아 귀국하는 선교사를 지원할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전국교회의 배려가 절실하다. 선교사들은 보통 3~6년마다 6~12개월의 안식년을 갖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선교국장 남궁태준 목사는 “젊은 나이에 선교지로 나간 선교사들은 대부분 자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선교사들이 안식년 동안 영적 충전을 하면서 지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궁 목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회를 건축 할 때 게스트하우스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파송 교회는 선교사들의 본국 사역이라 할 수 있는 안식년 사역도 충분히 배려해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1996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사역을 하다 지난해 6월 입국한 강기안(52) 선교사는 “선교사들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뿌리를 뽑아 타국으로 옮겨놓은 사람들”이라며 “안식년을 맞아 몇일 간은 친척집에 머무를 수 있겠지만 자녀들과 함께 1개월 이상 신세를 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자 일부 교회와 교단은 저렴한 비용으로 안식관을 운영하고 있다(표 참조). 서울 북아현성결교회 백승기 장로처럼 일부 성도들은 자비를 털어 안식관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신건일 서울 북아현성결교회 목사는 “백 장로님은 20여년 전부터 자택 1층을 선교사를 위한 숙소로 내주고 있는 데 이들이 머무르는 동안 가스비와 전기세 등 공과금은 물론 승용차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백 장로님과 같은 분들이 한국교회에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교사들은 영적 재충전과 선교사 자녀(MK) 교육, 선교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안식년 거처를 한국교회에 요청하고 있다. 1992년부터 C국에서 사역하다가 최근 안식년을 맞아 입국한 김영길(51)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영적 재충전과 재교육”이라며 “MK 교육이 가능하고 선교 노하우 전수,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이 가능한 선교 공동체, 종합 선교센터를 만드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계에선 선교사 안식년 문제뿐만 아니라 은퇴 후의 삶도 배려해 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행정총무 대행 최병국 목사는 “1970년대 시작된 한국교회 선교사역은 교회부흥과 함께 80·90년대 활기를 띄었다”면서 “당시 선교지로 향했던 젊은 선교사들이 65~70세 은퇴를 앞두고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의 안식년이나 노후문제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어떤 선교사는 은퇴 후 거처가 없어 처제집에 얹혀살며 생계를 위해 공공근로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선교사와 그들의 부모를 위한 안식관과 요양시설 건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