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임미정] 착한 지구인 되기
입력 2012-04-04 18:06
인터넷에서 만나는 TED 프로그램에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지난해에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은 이재림이라는 한국계 아티스트가 제안한 사체처리방식이었다. 그녀는 분묘를 하든, 화장을 하든 지구 환경에 큰 피해를 주므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죽은 후 우리의 몸을 어떤 침낭 비슷한 것에 넣는 방식인데, 그 침낭은 버섯(곰팡이) 종류가 심어진 생물학적 처리로 인해 일정기간 흙 속에 있으면 숙주인 인간의 몸을 분해해 흙에 유익한 물질로 바뀌게 만드는 것이었다.
TED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그녀가 직접 그 침낭 속에 들어가 지퍼를 잠그는 모습을 시연했다. 우리가 죽어서 이렇게 침낭에 들어가면, 이 침낭 직물이 곧 곰팡이를 만들어서 우리 몸을 어떻게 분해하고 등등을 천연덕스럽게 설명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청중들 또한 무척 재미있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이렇게 하여 사람들이 죽은 후에 지구의 땅에 유익한 역할을 하자고 한다. 생물학자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그녀의 작업은 생물학적 접근에 가깝지만, 아티스트로 소개되었다.
조금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나의 몸이 내 것이라고 하기가 미안하다. 나의 육체는 유기물의 합성이고, 삶을 다한 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지구에 남아야 한다. 되도록 땅을 덜 오염시키고 유익한 유기물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후 우리 몸의 처리와 관련해 재활용(?) 방식으로 접근한 그녀의 작품 활동이 독특해 보였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한 가지 독특한 방법에 대해 말한다. 의사가 처방해준 항생제를 제발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먹으라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를 먹다가 50%쯤 지나 몸이 괜찮아 보일 때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우리 몸은 내성이 생겨서 다음번에 항생제를 먹을 때는 더 많은 약을 투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내 몸은 그럭저럭 살다가 갈 수도 있지만 다음 세대는 더 센 항생제를 먹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세대가 내려갈수록 항생제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받은 항생제 처방은 중간에 중단하지 말고 끝내는 것이 이 세상에 공헌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은 주위에서 옳다고 하는 이슈로나, 정부에서 결정되는 행정적 제도로만 발전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살펴보면, 나 하나가 가진 삶의 철학이 정말 중요하다. 몇 백년 전 존경받던 어떤 분의 말씀과 뜻을 그대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행동들을 새로 만들어 내고 잔잔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지구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은 삶의 전 방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스스로 소박한 재고를 해보는 것과 상관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평소에는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구에서 살아 왔거나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권리와 의무가 아닌가 싶다.
임미정(한세대 교수·하나를위한음악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