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삼어초교 성인 한글교실 90세 할머니 등 24명 입학식… ‘까막눈’ 소리 더는 안듣겠다

입력 2012-04-03 19:44


“가갸 거겨 고교 구규….”

스마트폰 2500만대 시대에 한글을 배우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만학의 길로 나섰다.

부산 반여동 삼어초등학교(교장 최덕자)는 3일 할머니 24명이 참석한 성인 한글교실인 ‘새빛교실’ 입학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52∼90세로 6·25 전쟁과 경제난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다. 최고령 배옥연(90)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까막눈’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열심히 배우겠다”고 곧은 의지를 보였다.

신한이(75) 할머니는 6·25 전쟁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업을 포기했고, 박출자(72) 할머니는 일본에서 살다가 돌아와 한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

학생들은 10개월간 매주 화·수요일 총 160시간 수업을 받는다. 교재와 간식 등은 전액 무료다. 부산시교육청과 반여4동 주민들이 예산을 지원한다. 김주 교사는 “한글교실 운영은 공교육기관의 사회교육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