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러에 산 그림이 200만달러 상당 호가 앤디 워홀 작품이었다
입력 2012-04-03 22:16
미국인들은 봄이 되거나 이사할 때 ‘거라지 세일’을 한다. 집에 쓰던 물건을 주차장 앞에 내놓고 동네 사람들에게 싸게 팔지만 잡동사니가 많다. 그런데 영국의 한 사업가가 거라지 세일 때 5달러를 주고 산 잡동사니 그림 한 점이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그린 200만 달러 상당을 호가하는 그림으로 밝혀졌다.
영국 사업가 앤디 필즈(48)는 2010년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거라지 세일을 하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그림 5점을 샀다. 이 그림들은 그동안 이 남자의 이모가 어렸을 때부터 창고에 처박아 놨던 그림이었다고 한다. 이모는 워홀의 보모(babysitter)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필즈는 액자에 들어있는 그림 5점을 들고 영국 티버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액자 맨 밑에 1930년대 배우이자 가수인 루디 밸리 얼굴을 스케치한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왔는데 오른쪽 밑에 앤디 워홀이라고 적힌 사인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림은 1938년 정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워홀의 나이는 당시 10살이었고 무도증을 앓아 자주 침대 신세를 지곤 했다. 또 평생 그를 괴롭혔던 심기증(필요 이상으로 건강을 염려하는 병)이 발달하던 시기였다.
그동안 필즈는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이 그림을 연구했다. 하지만 워홀이 어린 나이에 이런 ‘팝 아트’ 작품을 그렸을 리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워홀은 49년까지 본명인 ‘앤드루 워홀라’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이 작품의 진위가 의심됐다는 것.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저명 감정사인 브릿 메릴 리가 ‘진품판정’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더욱이 이 그림을 보면 노란색 오렌지색 녹색의 사각형이라는 기하학적인 바탕에 밸리의 얼굴이 들어간 점에서 팝 아트의 첫 작품이라는 점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전까지는 팝 아트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팝 아트의 탄생시기가 20년 이상 뒤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필즈는 더선지에 “이 작품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유명한 화가를 재정의해 주는 것”이라면서 “팔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박물관에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시 후보 박물관으로는 미국에 있는 한 현대미술관이라고 귀띔했다.
필즈는 그림을 판 사나이에 대해 “그가 (그림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사나이는 이사를 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 남자는 마약 사용자로 알려져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