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어떻게 홍준표 손에 들어 갔는지 궁금”
입력 2012-04-03 19:10
2007년 대선 당시 BBK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편지의 실제 작성자 신명(51·치과의사)씨가 3일 검찰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신씨를 상대로 가짜편지 작성경위와 배후, 여권 핵심인사의 개입 여부 등을 추궁했다. 신씨는 조사에 앞서 여권인사들이 가짜편지 작성에 관여했다는 물증과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신씨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적도 없는데 왜 내가 작성한 편지가 홍 전 대표 손에 들어가 기획입국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사용됐는지가 나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난 단지 한 대학 교직원이었던 양모씨가 쓰라는 대로 편지만 대필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형의 감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아버지처럼 여기던 양씨 요청에 따라 가짜편지를 썼는데 1개월쯤 뒤에 그 편지를 홍 전 대표가 기획입국의 증거라고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지난달 20일 미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가짜 편지를 김경준 기획입국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했던 홍 전 대표가 편지 입수 경위를 털어놓아야 한다”며 “홍 전 대표가 사실을 고백하지 않으면 총선 전에 추가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신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가짜편지 사건은 2007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BBK 실소유자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한 김경준씨가 입국하자, 민주통합당과 청와대가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김씨를 기획입국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증거로 김씨와 함께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한 신씨의 형 경화(53·수감중)씨가 김씨에게 보냈던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든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기에서 큰집이 청와대로 해석돼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입국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편지의 실제 작성자가 경화씨의 동생 신씨로 드러나 논란이 벌어졌다. 신씨는 “(가짜편지 작성에) 대통령 측근과 여권 핵심인사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신씨 형제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재중 조원일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