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저기압’에 강풍 피해속출… 서울 19년만에 4월 눈

입력 2012-04-03 21:54


봄기운이 완연해질 4월초지만, 3일 서울에는 19년 만에 눈이 내렸다. 오전 한때 내린 눈에 이어 점심 무렵 서울 곳곳에서는 진눈깨비를 동반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일본 열도 서쪽에 형성된 ‘폭탄 저기압’으로 일본에서 2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강풍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4월에 눈이 관측된 것은 1993년 4월 10일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기상 관측 이래 서울에서 4월에 눈이 내린 것은 이번까지 29번이다. 서울에서 가장 늦은 눈이 기록된 것은 77년으로 4월 18일이었다.

기상청은 “상층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며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하루 전부터 내리던 비는 오전 9시 기온이 1.2도로 낮아지면서 눈으로 변해 오전 11시까지 이어졌다. 최저기온은 오전 10시에 1.1도를 기록했다.

4월 초순 기온도 당분간 평년에 비해 3∼6도 가량 낮을 것으로 예보됐다. 4∼7일 최저기온이 1∼2도를 유지하다가 8일에 4도 정도로 회복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늦추위는 지난 2월 한반도를 덮쳤던 강추위의 여파로 분석했다. 2월 중 남하한 한기 탓에 차갑게 식었던 대륙의 잔여 한기가 차가운 대륙 고기압과 맞물려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오후에 강풍경보가 발령됐다. 부산기상청은 오후 1시를 전후해 부산 전역에 평균 시속 15.4m의 강풍이 불고, 순간 최대 풍속은 23.7m에 달했다고 밝혔다.

강풍 피해도 잇따랐다. 오후 12시17분쯤 부산 감만동 현대아파트 앞 신호등이 부러졌다. 오후 1시45분쯤에는 광안대교를 달리던 트레일러의 컨테이너가 넘어져 승용차를 덮쳤다. 오후 1시50분쯤에는 좌동 순환로와 미포오거리 인근 가로수가 넘어져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오후 3시까지 부산시소방본부에는 간판 탈락, 가로등 쓰러짐 등 1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김해국제공항에서는 항공기 결항이 속출했다. 오전 7시55분쯤 대한항공 KE1101편의 결항을 시작으로 오후 4시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12편이 결항됐다.

일본 열도도 동해 쪽에서 급속히 발달한 태풍형의 ‘폭탄 저기압’으로 비상이 걸렸다. 항공기가 결항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일본 기상청은 외출을 삼가도록 당부했다. 오후 최대 순간 풍속은 구마모토(熊本)현 일부 지역에서 38.2m, 고치(高知)현 일부 지역에서 34.3m로 관측됐다. 강한 바람으로 이시카와(石川)현에서 82세 여성이 바람에 넘어져 숨지는 등 오후 8시 현재 2명이 사망하고 170여명이 다쳤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