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커창, 일본 방문 전격 취소… 언론 “난징대학살 발언·영유권 분쟁 관련 냉랭한 관계 반영”

입력 2012-04-03 19:08

중국 정부가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의 이달 중 일본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는 일본 나고야 시장이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뒤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중·일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리 부총리는 일본 방문 기간 중 중·일 외교관계 정상화 40주년 기념행사 등에 참가할 예정이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닛케이신문 중문 사이트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명보는 이에 따라 리 부총리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정치국 위원·여)이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다.

닛케이신문 중문 사이트는 지난 2월 리 부총리 방일 계획을 전하면서 외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그의 일본 방문이 늦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 사이트는 중국 지도자가 일본을 방문할 환경이 아직까지 조성되지 않은 것으로 중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 부총리의 방일 계획이 좌초되기에 이른 것은 난징대학살 부인 발언과 관련이 있다고 암시했다. 리 부총리로서는 올 가을 제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방문할 경우 정치적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이 사이트는 전했다.

명보는 류 국무위원이 대신 일본을 방문하는 데 대해 “일본을 중요한 이웃으로 대해 온 중국으로선 방일 계획을 완전히 취소할 수는 없었다”며 “리 부총리보다 격이 아주 낮지 않은 적절한 인물을 고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학원 저우융성(周永生) 교수는 “중국 정부는 시진핑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던 것처럼 리 부총리가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와 일본 관련 현안에 더욱 익숙해지기를 희망했다”면서 “방일 계획 취소는 일본이 댜오위다오 주변 섬들에 대해 일본식 이름을 붙인 것 등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 부총리가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를 가볍게 방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중·일 관계의 미래는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는 난징대학살 부인 발언 이후 대일 여론이 악화돼 정부로서도 댜오위다오 부근 해역에 감시선을 파견하는 등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