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전쟁 30주년… 영국-아르헨티나 영유권 놓고 다시 긴장 고조

입력 2012-04-03 19:08


전쟁은 3개월도 채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30년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았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아직도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섬(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섬)의 영유권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긴장 고조=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는 이날 전쟁 30주년을 맞아 영국의 포클랜드 점령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영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 극도의 반영(反英) 감정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국방부는 이번 주에 최첨단 전함 돈틀리스 호를 남대서양 상에 배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돈틀리스 호가 5일 남부 포츠머스 기지를 출항해 남대서양에 6개월간 배치될 것이라며 “특별히 포클랜드가 아니라 남대서양에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틀리스 호에는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시 바이퍼(Sea Viper)가 장착돼 있다.

앞서 헬기 조종사로 복무 중인 윌리엄 왕자가 6주간 포클랜드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어 영국이 섬 주변에 석유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서자, 아르헨티나는 선박의 섬 접근을 막는 해상봉쇄를 단행했다. 영국은 이에 맞서 핵잠수함 파견을 검토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4월 2일, 서구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1833년 영국에 빼앗겼던 포클랜드 섬을 기습 점령했다.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는 군대를 파견해 74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고,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포클랜드를 차지했다. 이 전쟁에서 영국군 255명과 아르헨티나군 649명,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영유권 분쟁은 국제사회로=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남부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열린 전쟁 30주년 행사에 참석, 참전용사를 영웅으로 기리고 섬 영유권을 거듭 강조했다. 페르난데스는 “영국이 1만4000㎞나 떨어진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포클랜드 섬은 아르헨티나의 대륙붕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도움을 받아 포클랜드 섬에 묻힌 참전용사들의 신원 확인 작업에 나서자는 제의도 했다.

포클랜드 문제는 다음 달 13∼15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개최되는 미주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34개국의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참석한다.

남미 지역 국제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의 마리아 엠마 메히나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에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아르헨티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다. 남미국가연합은 지난달 중순 영국에 포클랜드 섬 영유권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