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조승희’ 총격] 美대학서 40대 한국인 총기 난사… 7명 사망
입력 2012-04-04 00:49
한국계 미국인 목사가 설립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소규모 사립대학에서 최근 퇴학 처분을 받은 40대 한국인이 총기를 난사해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중 다수가 한국계라고 당국이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교민 사회는 2007년 4월 19일 한인 학생 조승희씨가 벌인 버지니아텍(공과대학) 총격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33분쯤 오이코스대학(총장 김종인)에서 간호학과를 다녔던 한인 영주권자 고원일(43)씨가 간호학 강의실에 들어가 권총을 난사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카키색 복장을 한 고씨는 교실에 들어선 직후 첫 번째 줄에 앉은 한 여학생에게 다가가 바로 총격을 가했다. 이어 나머지 학생들에게 벽에 기대 줄 지어 서라고 한 뒤 한 명씩 총을 쏘았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약 1시간 후 대학에서 5마일(약 8㎞) 정도 떨어진 알라메다의 한 쇼핑몰에서 고씨를 연행했다. 고씨는 이 곳에서 아버지 고모씨에게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아버지 고씨도 불러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당국은 현재까지 모두 10명이 총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사망자 7명(21~40세) 가운데 여성이 6명, 남성이 1명이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 중에 한국계 미국인 리디아 심(21)씨가 포함됐으며, 나이지리아와 네팔 출신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진콴 오클랜드 시장은 한국 총영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희생자 중 다수가 한인”이라고 밝히고, “이번 사건으로 특별히 한인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용의자 고씨는 전에 갈등을 빚었던 교직원과 옛 학우들에게 앙갚음하려고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시경국장이 3일 주요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아울러 고씨는 세금을 체납해 수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샌프란시스코크로니컬이 보도했다.
한국계 미국인 목사 김종인씨가 10년 전 설립한 오이코스 대학은 신학과 음악대학을 중심으로 한인 학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