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황·범행 동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소재 오이코스 대학. 작지만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던 이 학교는 2일 평소 온순했던 한인 늦깎이 40대 대학생이 학교와 동료학생들에 대한 불만 때문에 마구 휘두른 총격으로 한순간 생지옥으로 변했다.
◇클래스메이트 향해 총기 난사=이날 오전 10시33분쯤 용의자 고원일(43)씨는 캠퍼스 프런트 데스크에 나타나 먼저 총을 쏜 뒤 강의실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다고 이 사건을 수사중인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경찰국장이 CNN에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프런트 데스크 여성직원을 향해 45구경 권총을 겨눴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는 총을 가졌어요.” 직원의 다급한 외침은 구원의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마침 한 강의실에서 8명의 학생과 수업을 듣던 데천 양돈(27·여)은 이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교실 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고씨가 강의실 문을 발로 찼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는 밖에서 총을 여러 발 쏜 뒤 참극이 벌어진 문제의 강의실로 향했다.
이 교실에선 간호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한 여학생에게 다가가 가슴을 향해 총구를 정조준했다. “모두 벽에 기대 줄을 서! 너희 모두를 죽일꺼야.” 기겁을 한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쳤다.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한 피해자는 “미친 사람같았다”고 말했다. 조던 국장은 그가 학생들을 향해 차례 차례 총을 쐈다면서 “이는 계획적이고 잔인무도한 처형”이라고 말했다. 수주 동안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고도 했다. 고씨는 교실에서 빠져나오면서 탄알을 재장전한 뒤 건물을 빠져나가기전 다른 강의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고씨는 희생자 중 한 명의 혼다 승용차를 훔쳐 타고 8㎞ 떨어진 알메다의 한 쇼핑센터 내 슈퍼마켓으로 달아났다. 그는 행동을 수상히 여긴 경비원이 다가가자, “경찰에 말할 게 있다. 내가 사람들을 쐈다”라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은 범행 1시간 뒤였다.
◇잇단 실패, 가족까지 잃은 외톨이=조던 시경국장은 지난해 11월 퇴학한 고씨가 평소 시비를 벌였던 여성 교직원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토로했다고 abc 및 CBS 방송에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이 직원을 찾지 못해 자신이 공부했던 간호학 강의실로 향했다는 것. AP통신은 고씨가 간호학과 일부 동료학생들로부터 차별을 당하거나 영어를 못한다며 놀림을 당해 수업에도 만족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광란의 총기 난사에 비해 그는 놀랄 정도로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그는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을 못했으며 최근 잇달아 소중한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어 스트레스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는 오클랜드로 간호학을 공부하러 오기 전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 등에서 살면서 사냥 면허와 낚시 면허를 따기 위해 수년을 보냈다. 또 지난해 어머니와 형을 동시에 잃기도 했다. 당시 육군 병장이던 동생(고수완)은 지난해 3월 교통사고로 숨졌고,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간 뒤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도 최근 오클랜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전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제2 조승희’ 총격] 경찰 “고씨, 평소 시비벌인 女교직원 앙갚음하려 범행”
입력 2012-04-04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