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21) 스무살 현숙, 히트곡 ‘정말로’로 예수님 영접

입력 2012-04-03 18:24


“선생님, 저에게 맞는 노래 한 곡만 만들어주세요.”

가수 현숙씨가 어느 날 불쑥 나를 찾아와선 생글생글 웃으며 곡을 하나 달라는 거였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진심이었다. 1980년으로 기억된다. 현숙씨는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라는 노래로 한창 방송을 타고 있었다. 한국의 많은 근로자들이 가족들과 떠나 외국의 공사 현장에서 힘들게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던 시대상황과 딱 맞아떨어졌던 노래다.

“선생님, 제 나이 이제 갓 스물인데 타국에 계신 아빠가 어쨌느니 하면서 청승맞게 노래를 부르니 친구들이 놀리잖아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남자도 아닌 여자가, 그것도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됐으면 저럴까 싶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그네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의 시에 나오는 ‘정말로’라는 단어와 함께 악상이 떠올랐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그려나갔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정말로’였다. 이 노래로 현숙씨는 당당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때 전도를 목적으로 곡을 만들어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현숙씨는 훗날 예수님을 영접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나의 특기인 음악을 통해 수많은 연예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작곡이나 편곡, 연주나 진행 등을 연결고리로 해서 자연스럽게 해온 것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를 나만의 블루오션이라고 여기며 사명감을 가지고 해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절절하게 깨우친 게 여럿 있다. 무엇보다 전도는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실 사람을 만나게 해서 구원해주시기 때문에 전도는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전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 명을 전도할 때마다 내가 체험하는 은혜는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또 전도는 하면 할수록 자신감과 노하우를 쌓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1998년인가, ‘이주일 코미디쇼’에 고정적으로 출연할 때의 일이다. 한 번은 여장(女裝)을 한 만담가로 출연하던 개그맨 김의환씨가 “단장님”을 연속으로 부르며 달려왔다.

“단장님, 저희들 들어가기 전에 경쾌하고 빠른 음악을 좀 깔아주세요.”

“글쎄….”

나는 평소 스태프나 출연자의 요구에 거의 시원하게 ‘오케이’를 하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고 뒤를 흐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콤비 강성범씨까지 합세해 다급하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단장님 왜 그러세요? 제발 부탁 드려요. 저희들 들어갈 때 그런 음악을 깔아주셔야 오늘 저희들 코미디가 재미있어요.”

그때 두 사람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나는 애를 태우는 두 사람에게 따라오라고 하고선 내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웃는 얼굴로 “두 사람 예수님 믿는다고 약속하면 오늘 내가 최고로 빵빵하게 깔아줄게”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김씨가 “걱정 마시라”며 자기 어머니가 권사님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거기에 속아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그럼 자기는? 예수님이 어디에 계시지?”

아니나 다를까, 둘 다 우물거렸다. 이 때다 싶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연예인들이 좇는 인기의 허상, 직접 겪은 화려함 뒤의 외로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곤 내가 만난 예수님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권했다. 둘 다 진지하게 듣고 공감했다. 그리고 예수님을 영접한다고 분명히 입으로 시인하면서 나와 함께 기도했다. 물론 그날 그들을 위해 최고로 경쾌한 음악을 빵빵하게 깔아줬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