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위한 ‘요리 내비게이션’ 장보기도 맛내기도 척척… 요리 최고수 한복선씨 ‘요리 1학년’ 출간
입력 2012-04-03 18:19
봄은 ‘왕초보 요리사’가 많이 생기는 계절이다. 결혼의 계절인 만큼 새롭게 살림을 꾸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리책이나 인터넷에 나온 대로 똑같이 따라 해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시간은 왜 그리 걸리는지 다 그만두고 시켜먹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더 많다.
자타가 공인하는 요리의 최고수 한복선(64)씨는 “요리 경험이 없으면 음식 맛을 내기 쉽지 않지만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므로 노력하면 된다”고 왕초보 요리사들을 격려한다. 한씨는 궁중음식의 대가인 고(故) 황혜성씨의 둘째 딸로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 한복선식문화 연구원장, ㈜대복의 경영인으로 활동하며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전하고 있다.
한 원장은 “주변에서 보면 여성만 요리하는 게 아니라 나이 든 남성들도 새로 배우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왕초보를 위한 요리책을 최근 펴냈다”고 말했다. ‘한복선의 요리 1학년’이 그것. 지난 1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구수한 목소리로 알뜰장보기부터 맛내기 비법까지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장볼 때는 냉장고를 살펴 꼭 필요한 것을 먹을 만큼만 구입하는데 제철식품은 전통시장에서, 수입식품은 온라인쇼핑몰에서 사고, 가능하면 손질 안 된 재료를 구입하라는 것이 한 원장의 조언. “다듬은 채소, 양념한 고기 등은 값도 비싸지만 위생상태도 알 수 없으므로 직접 손질하는 것이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는 것이죠.”
그는 요즘 한창 나오는 꽃게 감성돔 가자미 도미 조기 주꾸미 삼치 미역 껍질콩 쑥 쑥갓 봄동 취 두릅 더덕 딸기 등은 재래시장이 더 신선하고 덤도 줘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어린 쑥에 날콩가루를 묻혀 끓인 쑥콩가루국,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로 양념한 얼큰한 꽃게찌개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식탁을 환하게 만들어 줄만한 제철 메뉴라고 추천했다.
한 원장은 “요리도 운전과 똑같다”면서 처음 배울 때 잘 배워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리를 할 때는 우선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한다. 만드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조리법을 익혀야 막힘없이 요리할 수 있다. 그렇게 못했다면 한눈에 볼 수 있게 적어, 잘 보이게 붙여 놓고, 보면서 한다.
소매를 걷고 손을 씻는 것은 기본 중 기본. 양념이라도 묻을까봐 신경 쓰다 보면 요리에 집중할 수 없다. 온갖 재료를 만지는 손은 향이 없는 비누로 손톱 밑까지 싹싹 씻고 시작한다. 로션을 발라서도 안 된다. 요리할 메뉴에 맞는 도구는 특히 초보자에겐 꼭 갖춰야 할 필수품이다. 재료의 양에 맞는 냄비나 팬, 뒤집개, 체 등 필요한 도구를 꺼내놓고 시작한다.
씻기 썰기 등 재료 손질은 미리미리 해두고 비슷한 일은 모아서 한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손질도 조리 도중에 하려면 마음이 급해져 실수할 수 있다. 재료는 한꺼번에 씻고, 썰 때 모두 썰어 요리별로 나눠 놓는다. 같은 재료가 여기저기 들어가면 필요한 만큼씩 나눠 놓는다.
바로바로 정리한다. 재료는 처음에 먹을 만큼만 꺼내고 바로바로 싸두고, 체 등 조리도구는 쓴 다음 바로 씻어서 제 자리에 둔다. 요리 잘 하는 사람은 음식이 완성됨과 동시에 부엌 정리도 끝난다.
한 원장은 “이 원칙들을 익혀 놓으면 요리할 때 시간도 절약된다”면서 요리를 한 40년 하다 보니 요리란 양념이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진한 물감 위에 옅은 물감을 칠하면 별 효과가 없듯이 양념도 순서에 맞게 넣어야 맛이 더 살아나고, 재료도 볶을 때 차례를 지켜야 고루 익는다는 것. 초무침은 설탕과 식초를 먼저 넣어 무친 다음 고춧가루 간장 순서로 넣는다. 간장이나 소금을 먼저 넣으면 다른 양념이 잘 배지 않기 때문이다. 무생채를 할 때는 고춧가루만 넣고 버무려 물을 들인 뒤 다른 양념을 넣어야 색이 곱다. 초고추장무침은 한꺼번에 섞어 버무려도 된다.
여러 재료를 볶을 때는 먼저 마늘 등 향신채를 볶아낸 뒤 고기, 채소 순으로 넣는다. 채소도 당근 같이 단단한 것은 먼저, 양파는 나중에 넣도록 한다. 재료가 다 익으면 피망 등 색깔을 내는 채소를 넣는다. 크기를 비슷하게 썰어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 빨리 볶아야 국물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