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대성 표절논란, 대학 입장은 뭔가

입력 2012-04-03 18:08

물러난 헝가리 대통령 슈미트 팔과 한국의 국회의원 후보 문대성씨는 여러모로 닮았다. 슈미트는 1968년과 1972년 올림픽 펜싱 부문에서 금메달을 연속으로 따낸 헝가리 스포츠 영웅이다. 1983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 8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씨도 2008년 IOC 위원으로 선출됐으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지역에 전략 공천돼 국회진출을 꿈꾸고 있다.

박사학위를 딴 뒤 표절시비에 휘말린 이력도 비슷하다. 지난달 헝가리 젬멜바이스 대학은 슈미트의 논문표절을 인정하고 박사학위를 박탈했다. 슈미트의 ‘현대 올림픽경기 프로그램 분석’ 논문 215쪽 중 180쪽이 다른 논문과 부분적으로 동일했으며, 17쪽은 완전히 동일하다는 조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22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도 문씨의 2007년 8월 박사학위 논문이 다른 사람의 논문 수십 페이지를 그대로 베낀 ‘심각한 수준의 표절’로 규정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다. 슈미트는 “표절 문제와 대통령직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축하다가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은 국가의 통합을 대표하는 데도 분열의 상징이 됐기 때문에 물러나야 할 의무를 느낀다”고 밝히며 사임했다. 이에 비해 문씨는 논문은 연구결과가 중요하다, 과도한 인용은 인정하지만 표절은 아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학위를 수여한 대학의 입장이 중요하다. 문씨에게 이학박사 학위를 준 국민대가 자체 조사를 거쳐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연구윤리를 벗어나지 않았는지, 체육학계의 관행인지, 표절로 인정된다면 유감표시 정도로 끝낼 지, 박사학위를 취소할지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씨가 당선돼도 시비가 이어질 것이고, 자칫 IOC 위원이라는 신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