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룸살롱 황제’ 뇌물 의혹 철저히 파헤치길

입력 2012-04-03 18:13

‘룸살롱 황제’로 불리는 이경백(수감중)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경찰들의 비리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이씨의 검찰 진술을 통해 양파 껍질 벗기듯이 온갖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8월 경찰이 처음 맡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씨와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관 66명 가운데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을 징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수사능력이 없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런 판에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이 뛰어들었다. 검찰은 1일 이씨로부터 2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이모 경사 등 경찰관 4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 경사 집에서 정기적으로 현금을 받은 내역이 적힌 통장 10여개와 고급 외제 차 2대를 찾아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충격적인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경사는 유흥업소 수십 곳으로부터 매달 200만∼1000만원씩 모두 50억원을 상납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경사에게 돈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20∼30여곳의 업소 명단도 확보했다. 이 업소 중에는 한 건물에서 룸살롱 영업과 성매매까지 하는 ‘풀살롱’도 들어 있다. 이 경사 등이 수차례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 경사 등이 유흥업소와 불법 성매매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서 일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경찰관이라기보다는 불법 영업을 일삼는 유흥업소 뒷배를 봐 주고 대가를 받는 조직폭력배나 다름없다. 검찰은 이 경사 등이 보직을 유지하기 위해 경찰 간부들에게 상납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씨가 경찰에만 손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유흥업소와 관련된 국세청 소방서 검찰까지 마수를 뻗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은 검사들도 이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 비리에 한정하지 말고 전방위 수사를 벌여 ‘이경백 로비 리스트’를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한다. 제 식구를 감싸려고 했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