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엑스타인 IFCJ 대표 “크리스천은 유대인을 기억하고 유대인은 이스라엘 돕는 기독교계 인정해야”
입력 2012-04-03 18:05
히브리어로 ‘나의 선생님’, 혹은 ‘나의 주인님’이란 뜻의 랍비(Rabbi)는 유대교의 율법교사를 지칭한다. 오랜 세월동안 기독교와 유대교는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는 관계로 여겨졌다. 이스라엘 내에는 수많은 랍비들이 있지만 기독교계와 교류를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크리스천들은 유대인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달아 살해한 ‘주범’으로 생각하고 있고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십자군 전쟁 등 기독교계로부터 무수한 박해를 당했다고 여기고 있다. 양측간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어 온 것이다.
그러나 랍비 예치엘 엑스타인(60)은 지난 30여 년 동안 유대인과 크리스천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바친 인물이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크리스천과 유대인들의 국제협력을 위한 단체 IFCJ(International Fellowship of Christians and Jew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그는 스스로 ‘복음주의 기독교권과 교류하는 유일한 랍비’라고 말한다.
최근 방한한 그와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랍비 엑스타인이 국제 종교계에서 상당한 ‘거물 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비롯해서 팻 로버트슨, 오럴 로버츠, 제리 팔웰, 잭 헤이포드, 팻 분, 조이스 마이어 등 미국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깊은 교분을 쌓으며 크리스천과 유대인들간에 화해의 다리를 놓으려 노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인사와도 교류를 갖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는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이스라엘대사와 환담하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The Journey Home)’ 등 6권의 책을 쓴 그는 명문 콜럼비아대학과 시카고신학교 등에서도 교수로 사역한 석학이기도 하다.
엑스타인 대표가 1983년 설립한 IFCJ는 본부 스태프만 80명이 넘고 110여만 명의 미국인들이 후원하는 기관. 그에 따르면 IFCJ는 지난 시절동안 반목하며 원수처럼 지냈던 크리스천과 유대인들의 화해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왕성한 방송과 문서사역, 세미나 등을 통해서 양측 관계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엑스타인은 “크리스천과 유대인들이 서로 존경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크리스천들로 하여금 자신들 믿음의 뿌리인 유대인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랍비는 “크리스천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많은 기독교 전통이 유대교에서 비롯됐지만 양측간 긴 반목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기독교계가 그 뿌리를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전 세계 기독교계가 본질을 찾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원류를 알아야 하는데 유대인들이 그 해답의 일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을 위한 지원도 단체의 주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 등 테러단체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로 인해 언제나 전시상태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빈부의 차이는 크다. IFCJ는 그동안 가자 인근의 남 이스라엘 등에 2100여개의 미사일 공격 대피소(Bomb Shelter)를 만들어줬고 빈곤층 및 싱글 맘, 고아 등 소외된 이스라엘인들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유대적인 뿌리를 찾도록 기독교계를 돕는 한편, 유대인들에게는 기독교계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이스라엘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양측간의 화해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단체는 창립 이후부터 30년 가까이 ‘알리야’로 불리는 유대인 귀환 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권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이란, 이라크 등에 있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한에 크게 기여했다.
엑스타인 대표는 이사야서 43장5절과 6절을 비롯해 에스겔 등 여러 성경 구절을 언급하면서 유대인 귀환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자신의 자녀들 데려오기를 간절히 원하시는 하나님의 열정을 기억해야 합니다. 크리스천과 유대인들은 함께 그 하나님의 열정이 이뤄지도록 헌신해야 합니다.”
IFCJ는 엑스타인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도 지부를 개설하려 하고 있다. 엑스타인 대표는 최근 수년 동안 기도 가운데 아시아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호주와 싱가포르 등에서 사역을 펼칠 열망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에게 왜 지리적으로도 먼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왜 이스라엘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엑스타인 대표는 먼저 성경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한다”는 창세기 12장3절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이 택한 아브라함의 자손들을 축복할 때 임하는 복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에베소서 2장15절에 나오는 대로 유대인들과 전 세계 크리스천들이 ‘한 새 사람’을 이루는 것은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섭리라고 언급했다.
또한 과거의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 간에 가졌던 반목의 역사를 바꾸고 신뢰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30년간 랍비 엑스타인은 기독교계와 협력을 모색한다는 이유로 유대인 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나님은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화해를 원하십니다. 양측 모두 그 섭리를 수행해 나가는데 따르는 비난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 역사가 창조됩니다.”
엑스타인 대표는 중국의 종교 자유운동에도 깊이 관여, 지하교회 지도자들의 석방과 감형에 기여했다. 그는 정치·종교적인 측면에서 급진적 이슬람과 테러리즘에 대한 대항 차원에서도 한국 크리스천들과 유대인들 간의 연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엑스타인 대표는 “이번 방한기간동안 한국 크리스천들을 보면서 그들이 영적으로 유대인들과 아주 가깝다는 느낌을 가졌다”면서 “한국인들이 유대인과 크리스천간의 화해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복된 민족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