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33세의 행복

입력 2012-04-03 18:14

수년전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과 비슷한 영국의 친구 찾기 사이트인 ‘프렌즈 리유나이티드’가 최근 흥미 있는 설문조사를 했다.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0%가 33세 무렵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심리학자들도 33세는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시기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로 꼽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30대 초반이 그래도 다른 나이대보다는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다. 다만 요즘은 혼인이 점차 늦어지는 추세라 30대 중·후반이 이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결혼 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가 비교적 다른 생각 없이 가정생활에 충실했던 시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격적 성숙을 중요시하는 동양적 기준으로는 불혹에 해당하는 40세가 중요한 분수령이다. 물론 이 기준은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의미 있다.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40세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나이는 돼야 한다는 동양적 사고의 반영으로 볼 수 있겠다.

최근의 총선에서는 후보자와 당선자 모두 50대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후보자 가운데 50대가 437명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240명으로 뒤를 이었다. 30세 미만도 13명 포함됐다. 당선자의 경우 18대 총선 당선 당시를 기준으로 50대가 119명, 40대가 76명이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정치권에서는 역시 50대가 주류를 이룬다고 할 수도 있다. 한 때 정치권에서 ‘50대 역할론’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50대 정도는 돼야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 매사를 공정하게 판단하고, 자신의 한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이를 지천명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렇지만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이가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닐 것이다. 짧은 순간을 살아도 의미있게 살다간 위인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영국의 설문조사 결과 33세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했지만 예수님이 돌아가신 나이이기도 하다. 영원은 순간의 연속이니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