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찰 비선라인·靑 윗선 규명 박차
입력 2012-04-03 23:23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검찰이 본격적인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힐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검찰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사찰 보고서가 민정수석실용과 직보용 두 갈래로 작성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직보용 보고서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민정수석실용 보고서는 공식 보고라인으로 전달되고, 직보용은 비선 보고라인을 통해 이 전 비서관의 윗선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 수사는 사찰 비선라인과 윗선이 누구냐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 보고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최근 증언했다.
2010년 1차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은 의혹이 제기된 권중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USB 관련 입장을 내고 “2010년 7월 9일 당시 수사팀이 권 전 조사관 주거지에서 압수해 법원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USB에는 4개의 파일이 저장돼 있었는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KB한마음 김종익 대표에 대한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보도한 MBC PD수첩 방송내용을 정리한 파일 3개와 나머지 1개는 일반적인 사회동향을 정리한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어 “권 전 조사관 주거지에서 USB뿐 아니라 김 대표 사건 진행사항 보고 및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친필 서명한 사건 처리결과 보고 등의 서류를 압수해 전부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권재진 법무장관은 거취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때”라고 말해 당분간 침묵을 지킬 것임을 시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 장관이 최근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책임논란에 휘말려 곤혹스러워하고 있지만 공식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다”며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의 거취 문제는 현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청와대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권 장관이 사퇴할 경우 현 정권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