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을 가다- 부산 부산진을] “떠돌이 정치인은 한계 있다”-“서민경제 파탄 정권 손봐야”
입력 2012-04-03 21:47
‘지역 토박이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냐.’
부산의 중심인 부산진을은 지역 토박이인 새누리당 이헌승(48)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민주통합당 김정길(66) 후보가 격전을 치르고 있다.
부산진을 지역은 민주통합당이 완승을 노리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한 곳으로 전국적 관심 지역이다. 자고 일어나면 우위가 뒤바뀌는 말 그대로 엎치락뒤치락 ‘백중의 혈투’가 전개되고 있다. 이 선거구엔 무소속 차재원(48), 김종윤(57) 후보도 출마한 상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후보는 “서민경제를 파탄내고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찰한 현 정권을 따끔하게 손봐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떠돌이 정치인은 한계가 있다”면서 토박이인 자신이야말로 지역개발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오전 6시30분부터 전포동 대우자동차 앞 사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기호 1번을 잊지 마이소”라고 주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이어 오전 11시30분쯤 진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들러 노인 50여명과 차례로 인사한 뒤 직접 배식을 하면서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이소”라고 말했다. 김옥분(67) 할머니는 “노인복지시설에 신경 많이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 후보는 다시 범천시장으로 가 상인들과 악수하며 “이번만은 뭔가 다른 진구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상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옷가게를 하는 김옥민(53·여)씨는 “이번 정권 들어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며 “자꾸 그럴싸한 공약만 쏟아내지 말고 맘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해수(57)씨는 “부산의 중심 지역구에 출마하신 분답게 제발 서민 살리는 정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도 오전 7시부터 개금지하철 국민은행 앞에서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인근 상가와 골목 등을 쉬지 않고 누볐다. 김 후보는 여느 때처럼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그동안 부산에서 6번 낙선하면서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부산 민심이 서서히 변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고, 그래서 희망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역사 앞에서 만난 여대생 김연희(22·여)씨는 “북핵이니 낙동강 벨트니 거창한 공약들을 내놓으셔도 우리 같은 대학생들에겐 등록금이나 취업 등 생활적인 부분들이 훨씬 급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에 김 후보는 “그와 관련된 정책들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이번엔 나를 한 번 믿어 달라”고 답했다.
무역회사에 다닌다는 김성수(45)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정권을 잡았는데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직장인들은 살기가 더욱 빡빡해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지역 민심은 어디로 기울고 있을까. 지난달 19∼20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40.3%)에게 이 후보(39.1%)가 뒤졌었다. 하지만 이달 초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5.7%의 지지율을 얻어 40.6%의 김 후보를 5.1%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영향이 양측에 어떻게 작용할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부산=글·사진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