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학교폭력 2%, 교회 출석 학생 중 학교폭력 가담 21.7%…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대응 필요
입력 2012-04-03 17:00
[미션라이프]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교회 학교 안에서도 100명 중 2명이 넘는 학생이 학교폭력 같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 일부는 일반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요망된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기교연·소장 박상진 장신대 교수)는 2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기독교적 진단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소장은 지난달 5∼12일 교회학교 학생 739명과 교역자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및 교회 내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교회 안에서 다른 학생으로부터 학교폭력과 같은 피해를 당한 학생은 응답자의 2.2%였다. 수치는 그리 높지 않지만 사랑과 섬김을 가르치는 교회 안에서도 학교폭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비율이다.
‘교회 안에서 다른 학생에게 학교폭력과 같은 것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5%는 ‘있다’고 답했다. 또 교회에서 다른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비율은 5.8%에 달했다. 교회도 학교폭력의 예외지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도 상당수가 일반 학교 폭력에 가담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 가운데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도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무려 21.7%에 달한 것이다. 이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교회교육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을 요청한다는 게 기교연의 분석이다.
교회학교 학생들의 학교폭력 가해경험 중 ‘금품갈취, 신체폭행, 성추행’은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 괴롭힘, 왕따’ 부분은 가해 경험이 13.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적어도 ‘따돌림’ 영역에서만큼은 교회학교에서도 일반 학교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이나 해결에 교회생활이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설문 응답자의 33.4%는 ‘교회생활을 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예방이나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다’는 30.2%, ‘보통이다’는 31.4%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완화에 긍정적 영향이 있는 교회활동은 예배, 설교, 친구들과의 관계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학교폭력에 대한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라고 답한 학생이44.9%, ‘학교폭력에 대한 성경공부 활동을 한 적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있다’라고 응답한 학생이 21.5%로 나타나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설교를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71.9%의 학생은 학교폭력에 관련된 성경공부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교회교육에서 학교폭력을 더 관심있게 다뤄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학교폭력 문제에 교회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교회가 학원폭력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80%)라고 한 응답자가 압도적이었다. 교회가 학교폭력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교회학교 프로그램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엔 1위가 성품훈련 프로그램, 2위가 부모교육 프로그램, 3위가 신앙성숙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교회가 학교폭력에 대한 총제적인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 때 교회는 이 땅에 ‘하나님의 교육’을 펼쳐가는 센터가 되고, 학교폭력 문제도 근원에서부터 해결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