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 한쪽이 떨리거나 굳어진다면… 안면경련·안면마비·안검경련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입력 2012-04-02 19:36


전업 주부 김모(46)씨는 사람 만나는 걸 꺼린다. 안면경련 때문이다. 처음 눈 주위에서 시작된 떨림증은 점점 입 주변까지 번졌다. 급기야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반측성 안면경련’이란 병.

금융 컨설턴트로 일하는 정모(54)씨는 지난해 가을 갑자기 칫솔질을 하다 양칫물을 질질 흘리게 됐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비뚤어져 있고, 한쪽 입술 끝이 평소와 달리 올라간 상태였다. 얼굴 한쪽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안면마비가 온 것이다.

갑자기 얼굴 한쪽이 떨리거나 마비되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른바 반측성 안면경련증과 안면마비 환자들이다. 입술은 떨리지 않고 때때로 눈꺼풀만 떨리는 안검경련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영구장애로 남을 수 있는 반측성 안면경련증과 안면마비, 안검경련증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박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안면경련=매년 3000명 정도 발생하고, 얼굴 반쪽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4∼5배 많이 발생한다.

떨림 증상은 눈에서부터 시작돼 심해지면 눈이 감김과 동시에 입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주로 눈과 입 주변 피부가 떨린다. 수면 중에도 이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낯선 사람과 만날 때 심해진다. 드물지만 안면마비와 같이 얼굴이 일그러져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비정상적으로 굵어진 뇌혈관에 의해 주변의 안면신경이 눌리고, 이로 인해 신경 가닥들이 들러붙는 합선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 보톡스 주사와 같은 약물 요법과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은 떨리는 근육을 일부러 마비시키는 보톡스 주사의 효과가 약하고 3∼6개월마다 이를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할 때 이용된다. 수술(미세혈관 감압술)은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격리시키는 치료법이다.

◇안면마비=한방에서 흔히 ‘구안와사’로 부르는 것으로, 바이러스 감염 혹은 뇌종양에 의해 안면신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말 그대로 한쪽 얼굴 근육에 마비 현상이 나타나 입 모양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이다. 발생빈도는 인구 10만명당 15∼40명꼴이다.

안면경련은 정상적인 얼굴 부위의 신경가지들이 혈관에 밀려 합선 현상을 일으키면서 떨림증이란 신경 이상 증상을 나타내는 반면 안면마비는 염증에 의한 신경 자체의 손상으로 그 신경이 지배하는 얼굴 한쪽의 근육이 경직돼 아예 굳어버린다는 점이 다르다.

치료는 안면신경에 침범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염증을 없애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단기간 집중 투약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한방에선 약침 등 지속적인 침 자극으로 마비된 신경을 푸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대개 6개월여에 걸쳐 서서히 호전되는 게 특징. 역시 발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면 마비된 신경이 풀리지 않아 입술이 비뚤어지거나 눈꺼풀이 감긴 상태에서 완전히 굳어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검경련=눈꺼풀 떨림증인 안검경련은 안면경련이나 안면마비와 조금 다르다. 주로 잠을 못자거나 피로가 누적됐을 때, 불안증 등 스트레스가 쌓일 경우 일반인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또 눈꺼풀에 국한돼 수 초간, 혹은 수 분간 바르르 떨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개 안검경련증은 특별히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아도 피로가 해소되면 완전히 사라진다. 박 교수는 “다만 반측성 안면경련증의 초기에도 눈꺼풀만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