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가 가라앉힌 물가… 보육시설 이용료 33.9% ↓ 물가 19개월만에 2%대 하락

입력 2012-04-02 19:12


정부가 평소 재정부담을 이유로 비판해온 무상복지 시리즈가 물가안정의 일등공신이 됐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는 데 그쳤다고 1일 밝혔다. 이는 2010년 8월(2.7%) 이후 19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물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육시설 이용료다. 보육시설 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33.9%가 떨어져 주요 품목 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보육시설 이용료의 급감은 바로 지난달부터 실시된 0∼2세 무상보육지원 정책 덕분이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통과로 인해 정부는 지난달부터 0∼2세 영·유아에 대해 소득에 상관없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70%까지로 제한했지만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전 계층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서울시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이 확산되면서 학교급식비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6% 떨어졌고, 유치원 납입금도 11.1%나 감소했다. 사립대 납입금(-3.3%)의 하락도 지난해부터 대학가에서 불붙기 시작한 반값등록금 운동에 따른 여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계청 안형준 물가동향과장은 “무상급식, 영·육아 보육비, 유치원 납입금 지원 등 정부 정책 효과가 없었으면 3월 물가상승률은 3.1%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3월 소비자물가 관련 보도자료에서 “보육료, 유치원납입금, 무상급식확대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의 현안이 나올 때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처음에는 반대해오다 야당 주장 및 여론에 의해 떠밀리듯이 무상시리즈를 받아들여왔기 때문에 ‘물가안정은 정부 덕’이라는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한사코 반대하던 정부가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자 과실만 따먹으려 한다”는 비판의견이 많이 나왔다.

무상시리즈 효과로 물가가 떨어졌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전셋값은 5.7%, 농산물은 9.4% 뛰었고 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휘발유(5.3%)와 경유(6.0%) 등의 가격도 올랐다.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악화된 상태인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결과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올해 1∼2월에도 4%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앞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