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호수의 여인’ 유선영 생애 최고의 날… 난공불락 나비스코 챔프 우뚝
입력 2012-04-02 19:06
또 한명의 ‘메이저 퀸’이 탄생했다.
번번이 한국선수의 앞길을 막아온 청야니(대만·세계랭킹 1위)에게 한방 먹인 역전승. 역경의 길을 찾아 떠나 ‘호수의 여인’으로 돌아온 유선영(26·정관장)이다.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파72·670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마지막4라운드. 선두에 3타 뒤진 6언더파 공동 4위 그룹에서 출발한 유선영은 후반에 3타를 줄여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과 9언더파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 한국선수 시즌 첫 승과 함께 LPGA 통산 102승의 주인공이 됐다. 코스가 길어 한국선수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던 이 대회에서 2004년 박지은(33)에 이은 두 번째 챔피언이다.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이날의 승부는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먼저 서희경(26·하이트진로)이 치고나갔다. 청야니, 카린 쇼딘(스웨덴) 등 공동선두에 3타차 공동 4위로 출발한 서희경은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12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줄줄이 낚아 11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그 사이 청야니는 전반에만 3개의 보기를 쏟아내며 6언더파,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리더보드 맨 위에 자리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탓일까. 서희경은 티샷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15번홀부터 연속 4개홀에서 보기를 쏟아내 7언더파로 처졌다. 지난해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17번홀에서 90㎝ 파 퍼트 놓쳐 연장전에 돌입, 유소연(22·한화)에 패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후반에는 김인경이 힘을 냈다. 역시 6언더파 공동 4위로 출발한 김인경은 8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은 뒤 후반 14번(파3)과 16번(파4), 17번(파3)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4타를 줄이고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김인경은 18번홀(파5)에서 파세이브만 하면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30㎝ 파 퍼트에 실패하며 유선영에 동타를 허용, 연장전에 끌려갔다. 후반에 2타를 줄인 청야니는 18번홀에서 버디만 하면 9언더파로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지만 버디퍼트가 살짝 빗나가자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유선영은 누구=2001년 한국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2002∼2004년 국가대표를 지낸 유선영은 LPGA를 동경해 2005년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한 그는 첫해 상금랭킹 5위에 오르며 2006년부터 LPGA 투어에 진출했다.
2009년 아칸소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신지애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그는 2010년 5월23일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첫 승을 올린다. 유선영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자신을 괴롭혔던 쇼트게임과 퍼팅 연습에 비지땀을 흘렸다. 올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는 252야드로 보통수준이나 페어웨이 안착률이 70%가 넘고, 그린적중률은 투어 2위인 76%나 된다.
마침내 지난 주 열린 KIA클래식에서 청야니에 이어 2위로 마친 그는 시즌 6개 대회 만에 한국선수 첫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